"짐을 계속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방치한 적이 있었는지를 묻더라구요"(괌 한국인 여행객)
"미국 어느 숙소에서 어느 정도 머물 것인지 등을 궁금해 했습니다."(인천공항 환승 싱가포르인)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미국행 노선을 가진 세계 항공사에 요구한 '비상보안지침'이 26일 시행됐다.
내년 초까지 유예를 받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도 일제히 미국령 전 승객을 대상으로 '보안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괌·사이판 노선을 띄운 제주항공과 진에어 카운터는 출발 3시간 전부터 '보안인터뷰' 대기줄이 길게 형성됐다. 하지만 우려했던 혼잡이나 항공기 지연 출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제주항공이 수속 카운터로 사용하고 있는 F구역(1~18번 카운터)은 해외 여행객 수백명으로 가득했다. 제주항공은 1~3번 카운터를 괌·사이판 전용으로 만들어 미국령 승객을 따로 처리했다. 사이판(오전 9시 30분)과 괌(오전 10시 35분)으로 가기 위해 1~3번 카운터에 줄을 선 승객들은 카운터 앞에 제주항공이 배치한 보안요원 3명과 일일이 보안인터뷰를 했다.
여권을 받은 보안요원은 얼굴 등 신원을 대조한 뒤 출국 목적 등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1분 가까운 보안인터뷰를 받고 체크인 카운터로 온 승객들은 "4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고압적이거나 불쾌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항공 괌·사이판 전용 카운터에서 대기줄이 사라진 시각은 오전 8시 50분께. 3~4시간 전 일찍 도착한 승객이 보안인터뷰에 적극 협조하면서 큰 혼잡을 발생하지 않았다.
오전 9시 40분 괌 노선을 운항하는 진에어(E구역)는 전용카운터를 두지 않고 다른 노선 승객과 섞인 상태서 발권·보안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오전 7시 48분 출국 수속이 끝나 여유마저 느껴졌다.
미국행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 강화가 큰 혼란없이 진행된 데는 승객들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대부분 승객들은 지침 시행 첫 날임을 알고 출발 3~4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30분 괌(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온 강소이씨(29·여)는 "오전 6시45분 고양시 일산을 출발해 평소보다 1~2시간 빨리 공항에 왔다"면서 "카운터 대기줄이 길었지만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한영호씨(32)는 "오전 10시 35분 괌비행기를 타기 위해 오전 5시 당진을 출발해 6시 2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면서 "보안검색 강화로 막히지 않을까 하고 일찍 왔는데 큰 불편없이 수속을 마쳤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은 "미국의 보안 강화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상호주의에 따라 미국도 한국행 승객을 대상으로 보안검색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미국행 환승객에 대한 보안인터뷰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 오전 9시 50분께 탑승동 환승구역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미국 LA로 가는 환승객들이 한국인 보안검색 요원과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체류 기간 등 1분 정도의 인터뷰가 진행됐고, 외국인 환승객들도 적극 협조했다.
우려했던 항공기 지연출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항공 승객 여러명이 체크인 카운터에서 실시한 보안인터뷰에서 요주의 승객(Selectee)으로 분류돼 탑승 게이트에서 수하물·전신검색 등을 받았으나 문제가 없어 정상 탑승했다. 진에어 괌행, 제주항공 사이판행 항공기가 예정 보다 10분 정도 늦게 출발했지만 이런 사례는 지침 시행전에도 있었던 데다 지연운항 기준(출발시간 30분 초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탑승 전 게이트에서 '휴대품을 계속 지니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2차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대기시간이 늘어나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본토를 연결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2월 20일과 내년 4월 24일까지 각 각 지침 이행을 유예받았다.
[인천공항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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