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 이정은(21·토니모리)에게 ‘6‘은 운명처럼 다가온 숫자다. '이정은'이란 이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여섯번째 선수여서 이름 뒤에 ‘6‘ 붙었다. 국내 여자골프 무대에서 그는 ‘이정은6‘로 통한다. 골프에서 ‘6‘은 분명 평범한 숫자다. 하지만 이정은은 이를 거부하지 않고 비범한 숫자이자 행운의 숫자 '6'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골프볼에다 '6'자를 큼지막하게 쓰는 등 이 숫자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것이다. 올시즌 '대세'로 떠오르면서 애칭도 '핫식스'가 됐다. 이제 3개 대회만을 남겨둔 이정은은 ‘6가지‘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식스퀸' 등극을 겨냥하고 있다. 주요 타이틀과 기록 6부문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는 목표를 하나씩 이뤄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두가지는 확정했다. 최고의 영예인 ‘대상(MVP)‘과 올해 가장 화끈한 골프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버디퀸‘ 자리다.
대상 포인트에서 이정은은 지난 주 끝난 KB금융 스타챔피언십까지 607점을 획득해 2위 김해림(422점)과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남은 대회에서 김해림이 모두 우승해도 뒤집을 수 없는 차이다.
따로 시상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라운드 당 평균 버디수 부문에서도 이정은은 평균 4.18개로 2위 고진영(3.79개)이 역전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갔다. 국내 여자골프 무대에서 평균 4개 이상 버디를 잡은 선수는 이제까지 ‘닥공 골프‘ 박성현이 유일했다. 이정은이 사상 두번째로 ‘평균 버디 4개 돌파‘에 성공하는 것이다.
상금왕 부문에서는 8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현재 10억 1233만원을 획득한 이정은은 2위 김지현(7억 7064만원)과의 격차를 2억 4000만원 정도 벌려놨다. 남은 3개 대회 우승 상금 합계는 3억8000만원. 김지현이 남은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이정은은 거의 무일푼으로 끝나야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상금왕은 사실상 이정은 몫이 됐고 그 액수를 얼마나 늘릴 지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관전포인트인 셈이다.
'톱10' 피니시율 부문도 이정은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75.00%의 이정은은 63.16%의 고진영을 확실한 격차로 따돌리고 있어 시즌 종료와 함께 1위로 끝날 확률이 무척 높다.
다승 부문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1위에 올라 있다. 4승의 이정은이 1위에 올라 있고 3승의 김지현이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공동 다승왕 자리는 확보한 모양새다.
가장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부분이 바로 평균타수다. 69.80타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하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고진영이 평균 69.82타를 치며 바짝 추격해 왔기 때문이다. 불과 0.02타 차이다.
이 부문에서 1위를 수성해야 이정은은 대상,상금왕,최저타수상을 수상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도 안을 수 있다.
이정은은 26일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SK핀크스 서울경제레이디스 클래식부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ADT캡스 챔피언십 까지 남은 3개 대회에 모두 출전한다. 이정은과 달리 고진영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ADT 캡스 챔피언십 2개 대회에만 참가한다. 고진영이 참석하지 않는 이번 주 대회에서 이정은은 순위 뿐 아니라 타수까지 신경써야 할 상황이다. '식스퀸'을 향한 이정은의 질주에 제주의 날씨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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