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서운 문장일 수 있지만, 두 주인공(사쿠라와 하루키)에게 있어서는 '사랑의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깊은 의미가 담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청춘 멜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츠키카와 쇼(35) 감독은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일본의 문학작품에 있는 표현 중에 'love you'를 '달이 아름답군요'라고 조심스럽게 바꿔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문장은 현대의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I love you'의 우회적인 표현이라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엽기적인 제목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으로 개봉일 전부터 애먼 '평점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마구잡이로 최하 평점(1점)을 주는 행위가 네이버 네티즌 평점란에서 연쇄된 것인데, 실제로 개봉일 오전 이 영화 1점 비율은 30%를 넘었다. 거의 개봉일 전 혹은 개봉일 새벽부터 이뤄졌기에 상당수 영화를 보지 않은 네티즌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하 평점과 함께 이 영화에 달린 댓글은 제목에 대한 거부감을 혐오의 언어로 표출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더럽다" "역겹다" "구역질 나온다" "는 식이다. 서사와 무관하게 "로맨틱하게 흐르다 췌장을 뜯어먹는 장면이 나온다" "하드코어 고어물"이라는 왜곡된 글들도 더러 올라왔고, 이 때문에 영화를 직접 본 관객을 중심으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제목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 "고어 영화라는 게 말이 되냐"는 등의 댓글들과 함께 10점 매기기가 이어지며 26일 기준, 이 영화 1점 비율은 15%로 내려간 바다.
실제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엽기적으로 보이는 제목과 달리 아련한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췌장암에 걸려 1년 밖에 살 날이 남지 않은 여고생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와 외톨이 남학생 하루키(키타무라 타쿠미, 오구리 슌)가 주인공이다. 츠키카와 쇼 감독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인생은 계속된다"면서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의 인생에도 사쿠라와 함께 지낸 시간이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초기의 '평점 테러'를 극복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토르: 라그나로크' '범죄도시'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가 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츠키카와 쇼 감독은 "제 영화가 한국에서 140만명을 모으면 하마베 미나미와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140만명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히트작 '러브레터'(1995)가 한국에서 거둔 기록이다.
"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무서운 영화가 결코 아닙니다. 병에 걸린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슬프기만 하지도 않고요. 누구에게든 '하루의 가치는 같다'는 점을 선명하게 그려냈습니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하며 살아야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극장을 나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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