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 이후 스페인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북부 2개 주에서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주민투표가 치러져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유럽연합(EU) 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지역이 상당수 있어 향후 주민투표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EU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는 지방정부의 자치권과 재정 통제권 강화를 요구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95%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베네토주 58%, 롬바르디아주 40%였다.
두 지역의 주지사는 주민투표 결과를 내세워 지역에서 거두는 세수를 중앙정부에 덜 내는 방안을 비롯해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는 협상을 중앙정부를 상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개 주의 자치권 확대 요구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마찬가지로 경제력이 그 배경이 됐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 최대 경제도시인 밀라노를 주도로 두고 있다. 베네토주는 기계·화학공업 등 제조업과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두 지역의 생산량은 전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자기 지역의 재정이 이탈리아 다른 지역을 위해 사용된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카탈루냐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지만 EU 통합 측면에서 분열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주지사는 모두 극우성향의 북부동맹(NL) 소속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치권 확대, 반(反)난민, 반EU 등의 구호를 내걸고 있는 북부동맹의 영향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투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일고 있는 지역의 자치권 강화 요구 물결의 일환"이라며 "2014년 9월 부결된 스코틀랜드의 독립 찬반 투표, 작년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지난 1일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와 일맥상통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은 EU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카탈루냐 옆에 위치한 스페인 바스크도 오랜 기간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왔고, 덴마크 자치령 페로 제도는 내년 4월, 남태평양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는 내년 11월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준비 중이다. 벨기에 북부 상업도시 플랑드르에서도 분리독립을, 프랑스령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선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과 체코 총선에서 반난민·반EU 기치를 내걸었던 보수정당들이 승리한 점도 EU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EU 통합과 결속력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맥빠지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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