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다니며 셀카를 찍어 주는 드론은 없을까?' 자전거 라이딩이나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번 정도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 같다. 마침 그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동영상으로 촬영된 화면 속에서 딥러닝을 기반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인식·추적하는 초소형 모듈을 만드는 회사 '아이디어(Eyedea)'다. 컴퓨터용 마우스보다 작은 모듈 안에는 영상을 자동으로 인식해 드론이나 로봇 등을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가 들어있다.
정종척 대표(48)는 "딥러닝 기술과 영상추적 기술을 조합해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특정 사물이나 사람을 추적할 수 있는 모듈 '스마트비전'을 제조했다"며 "이것이 우리의 핵심제품"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LG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서 일하다 2005년 창업한 스타트업 '제퍼로직'을 실리콘웍스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이후 영상인식 관련 임베디드 SW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창업하자 합류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모듈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드론에 탑재하면 '자율비행드론'이 완성된다. 스마트폰을 통해 특정인 얼굴을 드론에 인식시킨 뒤, 따라가도록 명령하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추적할 수 있다. 야간에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수상한 사람이 취객·노약자에게 강제로 금품을 갈취하려는 영상이 포착되면 드론이 경비원에게 알림을 보낼 수 있다. 스마트폰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는 로봇에 이 모듈을 붙이면 자동으로 각 라인별 조립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들을 감지해 골라내는 게 가능하다. 아이디어는 이미 국내 모 대기업 로봇에 해당 모듈을 납품하기로 한 상태다.
장난감이나 가전에도 쓸모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 장난감에 이 모듈을 달면,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표정을 짓거나 말을 거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에어컨에 응용하면 집안 식구 중에서 유난히 더위를 잘 타는 사람이 방에 들어왔을 때 자동적으로 구동하는 서비스도 실현될 수 있다. 정 대표는 "잠재적 고객층은 매우 다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들 필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모듈을 제작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오는 12월 자율비행드론 '피타(PITTA·'팔색조'라는 뜻)'를 킥스타터에 올릴 계획이다. 영상인식 모듈과 카메라가 달린 '몸체'와 드론 비행을 위한 '동력체'가 분리될 수 있는 드론이다. 몸체를 따로 분리해 액션카메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변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팔색조라는 이름을 지었다. 정 대표는 "가변형 드론은 세계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미 여러곳에서 상과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연초 신용보증기금이 선발하는 퍼스트펭귄 기업으로 선정돼 향후 3년간 10억원 지원도 받게 됐다. 유진투자증권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도 참여해 목표 금액 3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서울시 '하이서울브랜드 기업'에도 지정됐다. 특허도 자동추적 기능이 있는 드론 등 5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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