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재학생들이 자신의 학벌을 바탕으로 사회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려는 뚜렷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심리학적 분석이 나왔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학 상담심리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노윤경(33)씨는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 '교육적 능력주의와 위신의 맥락에서 학벌이 한국 대학생들에게 갖는 의미'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22일 논문에 따르면 연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재학 중인 18∼29세 남학생 9명과 여학생 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진은 1인당 50∼60분씩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의 학벌과 관련한 핵심 생각·감정을 담은 문장 100개를 추렸습니다. 이들 문장을 다시 조사 대상에게 보여주고서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정도에 따라 1∼5점을 부여하게 했습니다.
100개의 문장은 계층상승 욕구, 미래의 불확실성, 학벌에 대한 고정관념, 자신의 학벌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 학벌에 따른 구분 짓기, 학벌에 따른 사회경제적 보상, 압력과 기대, 대물림, 학벌 차별의 정당화 등 9가지 주제로 분류됐습니다.
조사 결과 '계층상승 욕구'와 관련한 문장들에 평균 4.03점이 매겨져 가장 높았습니다.
조사 대상 학생들은 "나의 좋은 학벌은 상위 사회 계층 친구들과 이루는 네트워크가 된다", "학벌이 없으면 나는 앞으로 내가 진입하고자 하는 사회 계층에 속할 수 없을 것" 등의 문장이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정도가 높다고 봤습니다.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가지는 영향과 관련된 '대물림'(legacy) 분야 문장들이 3.88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SKY 학생들은 "부모가 부유할수록 자녀는 좋은 학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학교 입학 이후 나의 사회적 계층이 내 생각보다 낮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의 문장에 높은 점수를 매겼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가족의 배경이 좋은 학벌 획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자신의 학벌을 될 수 있으면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과 관련한 문장들은 평균 3.39점을 받아 9개 주제 중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 주제에 포함된 문장은 "다른 사람들이 자랑으로 여길까 봐 내 학벌 언급을 회피한다", "다른 사람들의 민감함 때문에 학벌 논의를 지양한다" 등이었습니다.
노씨는 "제가 지방 일반고에서 서울의 소위 명문대로 진학한 후의 경험은 매우 이질적이었고, 학벌 특권에 대해 성찰하기보다 그 특권으로 혜택을 누리는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잦았다"며 연구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학벌주의를 지지하든 안 하든 한국 대학생에게 학벌은 무시 못 할 배경"이라며 "학벌 관련 스트레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족의 사회 계층 배경, 대학의 분위기, 학벌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기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담해줄 수 있는 대학상담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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