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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IFF 리뷰] 아름답고 슬픈 ‘나비잠’,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다
입력 2017-10-21 08:02 
"나비잠"
[MBN스타 김솔지 기자] 정재은 감독의 신작 영화 ‘나비잠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멜로물의 탄생을 알렸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부문에 초청된 ‘나비잠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와 일본으로 유학 온 찬해(김재욱 분)를 만나 로맨스를 펼치는 멜로드라마다.

유명한 소설가 료코는 강의를 하는 대학 근처 이자카야에서 일본으로 유학 온 한국인 청년 찬해를 만나게 된다. 료코는 찬해에게 자신의 반려동물 산책을 맡기고, 새 소설 타이밍을 부탁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 트게 된다. 50대 중년 여인과 20대 청년의 사랑은 여느 연인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고 소소했다.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은 두 사람은 잔잔하고 안정적인 정신적인 교감을 통해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료코의 불치병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선천성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료코는 찬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이별을 고한다.



한국에서 영화 ‘러브레터로 인기를 모은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는 소설가 료코로 분해 야무지고 우아한 인물을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료코는 여성 감독의 손길을 거친 만큼 보다 주체적이고 의지가 강한 인물로 그려졌다. 그간 멜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의 등장으로 반가움을 더했다.

여기에 유일한 한국 배우 김재욱은 100% 일본어 대사를 완벽 소화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찬해 그 자체로 녹아든 그의 연기력은 극의 몰입력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나카야마 미호와의 간질거리는 아름다운 케미를 만들어냈다.

‘나비잠에는 자극적인 사건과 충격적인 반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봐왔던 멜로물이다. 영화에는 정재은 감독의 야무진 손길이 곳곳에 묻어났다. ‘고양이를 부탁해, ‘태풍태양, ‘말하는 건축가의 정재은 감독은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청량한 감성을 영화에 짙게 깔아 놓았다.

정재은 감독은 관객들이 멜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러나 요즘 영화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조금은 덜 특별한 소재에 익숙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나비잠이 전하는 여운과 울림은 생각보다 깊이 파고 든다. 요즘 영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작품들 사이에서 가끔은 이렇게 감성을 파고 드는 영화에 갈증을 느끼기도 한다. ‘나비잠은 이런 갈증을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해소시켜 준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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