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람대로 이렇게 세상 반대편에 홀로 당당히 설 줄 아는 여성으로 성장했어."
소설에나 나올 법한 문장이지만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에 적힌 유명한(?) 한글 낙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낙서를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몰지각한 한국 여행객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지난 8월 일본 오키나와의 한 캠핑장도 '어글리 코리안'을 지적했다. 이 캠핑장의 운영자는 시설을 사용한 뒤 각종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퇴실한 한국인 여행객을 비판하는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캠핑장 주인 일본인 A씨가 한국인 관광객들이 어지러놓은 캠핑장 주변을 치우고 있다.[사진제공 : 캠핑장 공식 페이스북]
캠핑장 측은 "예약한 손님만 받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이 '잘 데가 없다'고 부탁해 예외적으로 숙박을 허락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휴대용 가스버너, 프라이팬, 옷까지 버리고 갔다. 한국인들은 대해 친절하고 예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번 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캠핑장 주인이 올린 글은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제작돼 조회 수 13만을 넘겼다. 영상에는 공분에 찬 누리꾼들의 댓글이 가득했다.
같은 달 싱가포르 공항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의 추태를 지적하는 현지인의 글이 올라왔다. 새벽 시간대 싱가포르 공항에서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소리를 지르고, 기물을 파손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된 것. 글쓴이는 한국인들이 쓰레기를 치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떠났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공항 의자를 파손해 아이를 재우고 쓰레기도 치우지 않은 채 떠났다.[사진제공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매년 증가한 해외여행객만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행동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해외 여행객은 126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8% 이상 늘었다. 특히 관광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출국자는 102만명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3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해외여행 중 어글리코리안을 직접 목격한 이들은 대부분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여름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한 B씨(23)는 "벨베데레 궁전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앞에서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셔터 세례를 퍼부어 민망했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21)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다짜고짜 반말하거나, 종처럼 부리는 경우가 많은데 보기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기종 경희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도 국내에서처럼 상식선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에 나가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으로 '민간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관광객 한명의 행동이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상식은 물론 현지 문화에 대해 충분히 숙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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