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가면 금융권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불법사채에 노출될 수 있는 신용등급 8~10등급 저신용자가 무려 5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론, 미소금융과 함께 서민금융제도 3총사로 불리는 새희망홀씨와 같은 정부 정책성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도 연간 30만명 정도에 그쳐 사각지대가 우려되지만, 정부는이를 해소할 만한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우선 내년 1월부터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회사에 적용하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이후 최고금리를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맞춰 연 2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2017 소비자금융 컨퍼런스'에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여파로 저신용자 등 금융소외자가 최대 52만명 가량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신용등급별 신규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 변화율, 법정 최고금리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최고금리가 연 24% 또는 20%로 인하될 경우 저신용자(8~10등급) 배제 규모를 추산했다.
연구에는 2010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나이스평가정보의 금융업권별 신규 대출자 자료가 사용됐다. 금융권 범위는 은행, 카드, 캐피탈, 보험, 저축은행, 대부, 기타(신협, 새마을금고 등)이다.
김 교수는 "최고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 금융권(은행+비은행) 전체 저신용자는 3.585%, 비은행권 저신용자는 3.398%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최고금리 24% 인하 시 배제되는 금융권 전체 저신용자는 25만8000명(은행 1만7000명, 비은행 24만1000명), 총 배제금액은 4조6000억원(은행 2조2000억원, 비은행 2조4000억원)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최고금리 20% 인하 시 배제되는 금융권 전체 저신용자는 52만3000명(은행 2만9000명, 비은행 48만8000명)이며 총 배제금액은 9조3000억원(은행 4조5000억원, 비은행 4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만약 대출공급자가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손익 악화 등으로 과거와 같은 공급 행태를 유지하지 않고 대출중단 또는 축소를 할 경우 그 (저신용자) 배제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의 배제규모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소외자를 지원하는 정책성 자금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저신용자를 비롯한 금융소외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은 5400억원 규모로, 연간 그 혜택이 30만명 가량에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은 신용대출 사업으로 미소금융 2770억원, 햇살론 2700억원 등 5470억원의 재원을 기초로 올해 7월말 현재 17만9000건, 2조1557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부업 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될 신용등급 6등급 이하자, 차상위계층 자영업자들이 최소 35만명에서 최대 108만명 증가가 예상돼 현재 정책자금 재원 여건으로는 이들을 모두 구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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