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인 경우 71.9%…심리적 후유증도 커
입력 2017-10-20 11:36  | 수정 2017-10-27 12:05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인 경우 71.9%…심리적 후유증도 커


경기도에서 50대 남성이 10대 의붓 손녀를 6년간 성폭행해 아이 둘을 낳게 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성범죄 가해자 대다수가 친족 등 '아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청소년의 경우 성범죄를 당하고도 가족 관계가 깨질까 봐, 혹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를 호소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성폭력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지난해 개소 5주년을 맞아 4천669명에 대한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성폭력 사건 중 가해자와 피해자가 아는 사이인 경우는 71.9%로 조사됐습니다.

피해자 중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성범죄를 당한 경우도 21.5%였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범죄나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의료부터 수사·상담까지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여성가족부가 2014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의 범죄동향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친족을 포함, 아는 사람에 의한 성범죄는 44.5%에 달했고, 이중 가족과 친척에 의한 피해는 11.2%였습니다.

친족 등 지인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경로가 제한돼 지속적·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의붓 할아버지 A(53)씨로부터 6년간 성폭력을 당해 온 B(17)양은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라는 협박과 가족이 깨질 거란 불안감 때문에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B양이 아이 둘을 출산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B양은 그때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며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B양은 17세가 된 올 1월까지 지속해서 피해를 당하다가 결국 집을 뛰쳐나와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지인일 경우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후유증이 훨씬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거점)는 2015년 '성폭력 사건 관련 요인이 피해자의 심리적 후유증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성인인 피해자가 겪는 '전반적 PTSD(외상후스트레스)'는 가해자가 낯선 사람일 경우 19.71점인 반면, 지인인 경우 33.17점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아동·청소년인 피해자가 겪는 '전반적 PTSD는 가해자가 낯선 사람인 경우 10.14점인 반면, 지인인 경우 13.3점으로 높았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피해자 가까이에 있으면 사건 신고가 어려워 피해자가 반복적인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라며 "특히 가족에 의한 성폭력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지게 해 사회생활을 못 할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남길 수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아동이나 청소년 등 나이가 어린 피해자라면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가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출로 인해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되는 등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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