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DGB금융 경영공백 장기화…증권사 인수도 차질 빚을듯
입력 2017-10-13 16:05  | 수정 2017-10-13 17:18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결과에 따라 DGB금융이 경영 공백이나 지배구조 변화 등 BNK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박 회장은 13일 오전 대구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과 대구은행 간부 5명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입해 사설 판매소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깡'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대구경찰청에 출석하며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지도부 경영 공백 등 DGB금융에 일대 혼란이 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의 거취는 물론 DGB금융 회장직과 대구은행장직도 분리될 수 있어 DGB금융의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앞서 KB금융, BNK금융, JB금융이 올해 들어 잇달아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분리하면서 DG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회장·은행장 겸임 체제로 남아 있다. 다만 DGB금융은 대구은행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독 큰 만큼 굳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대구은행 총자산은 57조95억원으로 DGB금융지주 전체 총자산인 65조2193억원의 87% 이상을 차지한다. 지주 전체 이익의 90% 이상도 은행에서 나온다. 올 상반기 DGB금융 전체 당기순이익은 1925억원으로 이 가운데 1757억원이 대구은행 실적이다.
증권사를 인수해 2020년까지 지방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지주의 중장기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행 규정은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DGB금융은 금융위원회에서 기관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구 지역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일부 간부 직원의 성추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후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해당 간부 4명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고, 대구은행 노조는 박인규 행장과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