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8 시리즈에도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발생했다. 앞서 일본,대만, 그리스, 캐나다, 중국 등 5개국에서 스웰링 현상이 신고된데 이어 미국에서까지 추가 발생함에 따라 아이폰8 배터리 결함 논란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아직 국내 출시 전이지만 스웰링 현상을 이유로 구매를 포기하겠다는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따르면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한 직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배터리가 부풀어올라 본체와 액정이 분리돼 고객이 반품했다는 아이폰8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미국에서는 처음 보고된 아이폰8 스웰링 발생 사례다. 아이폰8 시리즈는 지난달 22일 27개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미국 등 6개국에서 8건의 스웰링 현상이 신고됐다. 이 소식을 전한 정보기술(IT) 전문매체 BGR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스웰링 현상은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에서 발생하는데,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해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통로 역할을 하는 배터리 내부 전해액이 가스로 바뀌면서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배터리가 오래되거나 외부 충격, 고온 노출, 심한 발열 등이 있으면 이런 현상이 더욱 쉽게 생긴다. 아이폰8시리즈처럼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에서 이런 사례가 계속 보고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스마트폰 디자인이 슬림해지면 한정된 공간에 배터리를 넣기 위해 얇게 만들다 보니 내구성이 떨어졌거나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8 스웰링 현상 발생국가가 늘면서 소비자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며 "애플이 공식 조사에 착수한 만큼 지난해 삼성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처럼 전량 리콜까지 문제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사실(스웰링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간단히 밝혔다.
국내 소비자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폰8시리즈를 기다려온 충성고객 중에도 구매를 포기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아이폰6를 지난 2년동안 사용해 온 직장인 김 모씨(38)는 "아이폰8을 사고 싶었는데, 스웰링 현상을 지켜보면서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사용자 모임인 '아사모' 카페 한 회원은 "알게 모르게 스웰링 케이스가 더 있을 것 같다"며 "애플이 당장 전량 리콜에 들어가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이폰8 국내 출시가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이달 27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아이폰8 예약판매에 들어가 다음달 3일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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