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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무서운 승부사 김경문 감독, 단기전을 이해하고 있다
입력 2017-10-12 06:28 
김경문(사진) NC 감독이 돋보이는 경기운용 능력으로 준플레이오프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사진(창원)=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황석조 기자] 냉정하다. 때로는 비정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시에 파격적이다. NC 다이노스의 숨겨진 가을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중심에는 김경문(58) 감독의 무르익은 노련미가 있다.
NC가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따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지난 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면 포스트시즌 세 번째 승리. 근래 몇 년간 가장 밑에 단계에서 시작했지만 차근차근 저력을 선보이고 있기 충분하다. 위기는 극복하고, 터질 때 터져주고, 지켜야할 때 지켜주는 그런 야구가 최근 NC에게서 보여 지고 있다.
뒤에서 이를 설계하는 이는 김경문 감독이다. 냉혹할 정도로 승부사적 기질을 자랑 중이다. 그러다보니 변수는 줄어들고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3차전에는 이러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우선 냉혹할 때 가차 없다. 경기 초반 연거푸 실책성 플레이를 범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박석민을 과감히 교체했다. 베테랑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박석민과 교체된 노진혁은 4안타(2홈런)를 날리며 경기 수훈선수가 됐다. 새로운 스타의 탄생도 알리며 팀에 활력도 불어넣었다. 모험수가 신의 한 수가 된 것.
히든카드로 오랜만에 선발출전했지만 두 번째 타석 동안 아쉬운 타격스윙을 보여준 베테랑 이종욱에 대해서도 빠른 교체로 후일을 도모했다. 그 밖에 초반 실점 여부와 상관없이 구위에서 흔들리던 선발투수 제프 맨쉽에 대해서는 4이닝 만에 교체 수를 두며 일찌감치 불펜대결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불펜이 안정적이기에 나올 수 있던 작전이지만 남은 이닝이 많았고 이후 펼쳐질 4,5차전이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 김 감독은 과감했다.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승리를 지키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맨쉽이 더 흔들렸다면 초반 유리했던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지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장면들을 종합했을 때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김 감독의 결단력이다. 베테랑이든 외인투수든 승부처가 되자 과감하고 또 기민했다. 단기적이라는 특성도 잘 이해되고 고려됐다. 장기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포스트시즌은 소위 내일이 없는 경기의 연속이다. 선발진 깊이에서 다소 열세인 NC 입장에서 3차전을 내줬다면 승부의 추는 롯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을 전망.
김경문(왼쪽) 감독이 최근 단기전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듯한 신의 한 수를 연거푸 성공하고 있다. 사진(창원)=김재현 기자
김 감독은 철저한 현실적 선택과 작전으로 중간 중간 놓인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 놓는데 성공했다. 선수단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더 자극됐고 정신적으로도 이는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기는 야구, 단기전에 어울리는 야구가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
김 감독은 3차전에 앞서 고민인 4차전 선발투수 후보로 새 카드를 실험할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신중한 상황 탓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최금강, 정수민 등을 후보로 꼽은 것이다. 실제로 경기 후 NC는 4차전 선발로 최금강을 예고했다. 결과론이지만 NC가 3차전에서 패했다면 4차전 이러한 실험적인 카드는 비판 받기 좋은 행보. 그러나 정도를 걷는 행보를 보여줬다. 냉혹하고 파격적이지만 또 무리하지는 않았다. 단기전을 알고 있는 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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