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전기차 배터리 잘 나간다지만…"차세대 기술 개발 뒤처져"
입력 2017-10-11 15:45  | 수정 2017-10-11 17:04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전기차 시장 확대의 수혜를 받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일본 업체들에 뒤쳐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한달동안 LG화학과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올린 증권사는 각각 11곳과 10곳에 달했다. 올해 내내 두 회사의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증권사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목표주가를 넘어서기도 하자 이를 다시 산정한 것이다. 실제 전날 종가 기준으로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는 연초와 비교해 각각 50%와 100% 넘게 올랐다.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올리면서 제시하는 근거 중 빠지지 않는 게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다. 실제 대기 오염을 막겠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 정부는 전기차에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을 넘어 영국·프랑스·노르웨이 등은 오는 2025~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은 셀과 모듈·팩 제조 능력에 있다. 셀은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을 용기에 담은 개별 배터리이다. 여러 개의 셀을 한 데 묶으면 모듈이, 여러 개의 모듈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와 냉각설비 등 제어·보호 장치를 장착하면 팩이 된다.

LG화학은 셀 제조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알루미늄 파우치·캔에 양극재·음극재·분리막을 두루마이 휴지처럼 말아 넣던 기존 방식 대신 각티슈처럼 쌓는 방식인 스택앤폴딩 기술을 독자개발하면서다. 기존 방식은 충방전을 여러번 반복하면 셀을 구성하는 부품들에 물리적 변형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LG화학은 스택앤폴딩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고 강조한다.
삼성SDI는 모듈·팩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각각의 셀에 저장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차량 디자인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배터리 완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프리미엄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가장 오래된 배터리 형태인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우수한 BMS를 장착한 팩을 만들어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말 양극재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비율을 8:1:1로 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SK이노베이션보다 먼저 NCM 811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맞받으면서 두 회사 사이의 신경전이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늘리면 에너지밀도가 높아져 한 번 충전한 뒤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난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아지는 데 비례해 발화 가능성도 커진다. 때문에 이전까지 NCM 배터리의 니켈 함량의 한계는 70%라고 받아들여졌지만, 국내 업체끼리 경쟁하며 한계를 극복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업계의 소재 기술력은 여전히 일본 업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중론이다. 실제 국내 배터리업계는 셀을 구성하는 음극재의 기초소재인 인조흑연의 거의 전량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또 양극재를 만드는 기초 소재인 코발트, 망간 등의 수급 불안정도 국내 배터리업계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일본 배터리업계를 중심으로 액체·겔 형태의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가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높은 안전성이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고정돼 있어 전기 합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고, 설사 온도가 높아져도 휘발성인 액체·겔 전해질보다 불이 붙을 가능성도 낮다. 때문에 분리막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충분한 출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방전이 이뤄진다. 이 때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타고 움직이며 리튬이온이 움직이는 속도가 배터리의 출력을 좌우한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겔 전해질보다 저항이 커 이온의 이동속도를 높이기 어렵다.
일본의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오는 2021년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넣겠다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한 바 있다. 무라타도 전기차용은 아니지만 오는 2019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액체·겔 전해질을 쓰는 현재 방식의) 리튬이온전지는 성능 개선의 한계에 왔다"며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의 니켈 비중으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논할 때가 아니라 전고체 전지 분야에서 일본, 미국과 우리의 기술 격차를 걱정할 때"라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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