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한국판 골드만삭스 키울래요"
입력 2017-10-11 14:36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유망 CEO'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중학생 때 매일 5시간씩 게임을 했을 정도로 학업에 관심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고2때까지 하루에 세 시간씩만 잤고 커피를 다섯 잔씩 마시며 공부했다. 걸어 다닐 때도 책을 봤다. 자세가 흐트러질까봐 집에서도 교복을 벗지 않은 채 공부할 만큼 학업에 매진한 끝에 2009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서울대 전체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였던 2014년 초 '스냅챗'과 비슷한 모바일 서비스업체를 창업했지만 몇 달 안 돼서 문을 닫았다. 이후 경험을 쌓기 위해 미국 뉴욕 소재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했지만 사업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꺾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5년 2월 개인간(P2P) 금융회사 '어니스트펀드'를 세웠다. 올 상반기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유망 최고경영자(CEO)' 30명에 선정된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27) 이야기다.
"첫 사업에 실패하고 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여러 산업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P2P 분야가 눈에 들어왔어요. 미국 최대 P2P 업체인 '렌딩클럽'이 당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국 P2P 시장도 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어니스트펀드는 P2P 금융업계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지난달 누적대출금 500억원을 돌파할 만큼 매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부실율은 2%가 채 안 된다. 신한은행, 한화인베스트먼트,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등으로부터 총 92억원을 투자받았으며 직원도 40여 명에 달한다. 지난 5월말 정부가 일반 개인투자자가 P2P 업체 한 곳당 최대 1000만원까지만 투자하도록 규제를 가하면서 P2P 산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어니스트펀드 고객은 오히려 늘었다.
"전체 누적대출금이 올해 8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내년에만 대출액 2000억원을 달성할 겁니다. 자산운용사 등 법인 고객도 많아지고 있어요. 주식시장 상장 계획도 세웠습니다."
P2P 시장이 커지면서 특색 있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어니스트펀드는 개인신용 부문 강자다.
"나이스신용평가나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제공하는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어니스트펀드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개인 대출자들의 신용평가를 매겨 300만~3000만원을 12~36개월까지 대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출수요를 최소 100개 이상 묶어서 수억원을 모집하는 한 개의 상품으로 만든 뒤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자금이 모아지면 투자 즉 대출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올 초부터 부실채권(NPL) 등 부동산 상품도 선보이고 있어요."
서 대표는 현재 1조3000억원에 달하는 P2P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월등히 커질 것이며 P2P 투자가 5년 안에 재테크 선호도 1위로 거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소기업 자금조달 상품을 내놓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홈쇼핑 밴더 업체들은 방송 출연이 확정돼도 제품 제조비용을 구하지 못해서 고민합니다.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상품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은행이나 대기업의 P2P시장 진출을 우려하지만 저는 이들이 P2P 시장에 진입하길 원합니다. 거대 자본이 진입해서 부실 업체들이 퇴출되는 등 시장이 재편돼야 합니다."
서 대표의 목표는 어니스트펀드를 세계적인 금융그룹 '골드만삭스'처럼 키우는 것이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정보기술(IT)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IT 회사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는데, 골드만삭스가 가려는 길이 디지털기술과 금융을 접목한 어니스트펀드 비즈니스와 본질적으로 비슷합니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수혈해주면서 경제를 움직이는 게 금융의 역할입니다. 이러한 금융의 역할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수행해보고 싶어요. 훗날 많은 돈을 벌게 되면 정부도, 시장도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건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꿈입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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