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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한-중 통화스와프, 운명은…
입력 2017-10-11 11:07  | 수정 2017-10-12 11:08

우리나라와 중국간 560억 달러(64조원 상당) 규모의 통화스와프 연장협상이 결국 만기일을 넘겨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기존에 지원된 위안화 무역 결제대금은 만기까지 사용할 수 있으나 신규 지원은 오늘 0시를 기해 중단됐다. 사드 배치로 야기된 양국간 외교 갈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쉽게 생각해서 외환보유액이 '예·적금' 성격이 짙다면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에 실패해도 한국의 외환보유액(8월 말 기준 3848억 달러)을 고려하면 당장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 통화스와프가) 현재 협의 중에 있고,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 지금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다"며 "중국도 위안화의 기축통화, 국제화와 관련해 통화스와프 연장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존 협정이 만료되기 전에 협의가 마무리되면 더 좋지만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협정 만기가 지난 후에도 협상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관영 매체에서만 보도가 나오고 있다.
중국 환추시보는 "한국이 통화스와프로 불안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책연구기관 당국자 발언을 소개했다.
또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양국간 무역과 투자 감소가 통화스와프 유지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때문에 협정이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계속 협상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조만간 재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이 일단 통화스와프 협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오는 18일 열릴 제19차 당대회 이후에 연장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과 통화 스와프는 2008년 12월 합의한 뒤 2009년 4월 단기 유동성 지원과 교역촉진을 위해 26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1년 560억 달러로 확대한데 이어 2014년 만기를 3년 연장했다. 앞서 미국·일본과 맺은 통화 스와프도 종료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4개국(인도네시아 100억 달러· 호주 77억 달러·아랍에미레이트 54억 달러·말레이시아 47억 달러)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아랍에미리트는 지난해 10월 만기가 지났지만 연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협상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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