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아쉽고, 후련해요. 후회 없이 했죠."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6'가 끝난 뒤 만난 래퍼 한해(본명 정한해·27)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2015년 '쇼미더머니 시즌4'에 출연해 판정 번복 논란에 휩싸인 뒤 2년 동안 실력을 갈고닦은 그는 이번 시즌에서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낙인처럼 찍혀있던 그를 향한 의구심들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시즌5 때에는 서바이벌에 참가하기보다는 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1년이 지난 뒤인 올해 '쇼미더머니'에 출연했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생겨서 이전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죠. 재도전인 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재밌었어요."
한해는 '쇼미더머니 시즌6' 1차 예선을 통과한 후 2차 예선에서 심사위원들의 '올 패스'를 받았지만, 출연분은 편집됐다. 재도전한 래퍼로 시청자는 물론 제작진의 기대치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3차 예선에서는 사이커델릭 레코즈 출신의 로스와 맞붙었다. 한해는 만만치 않은 실력자와 랩 대결에서도 숨쉴 틈 없는 랩으로 현장을 압도했다.
"3차 예선 때의 랩은 말 그대로 경연용 랩이었어요. 다른 래퍼들은 '쇼미더머니'에서 기존 벌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쇼미더머니'용 가사를 써놨죠. 한 명은 무조건 떨어져야 하는 3차 예선 때는 이길 수 있는 곡을 준비했어요. 일대일 대결 이후에는 가사를 일부러 빡빡하게 쓰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한해는 경연 동안 자신을 내세우기보단 상황에 맞는 랩을 하려고 했다. 1, 2차 예선에서는 '한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랩을 했고, 3차 예선에서는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팀 미션 동안에는 곡을 해석하고 팀워크를 맞췄다. '쇼미더머니'에 두 번째 도전하는 참가자로서 한층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100% 만족해요. 후회가 하나도 없어요. 저는 첫 방송부터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고, 통편집도 많았어요. 그저 '방송 무대는 편집될 일이 없으니까 본선 무대 정도 하자' 정도였죠. 우승자가 돼서 머슬카를 끌고 인생 역전할 욕심은 없었어요."
라이머가 수장으로 있는 브랜뉴뮤직에서 활동 중인 한해는 그룹 팬덤 소속으로 지난 2011년 데뷔했고, 2015년 솔로 정규 1집 '365'를 발표했다. 기존 래퍼들과 다른 플로우를 내세운 그의 랩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한해는 '쇼미더머니 시즌6' 다이나믹듀오 팀으로 본선 무대에 올라 잠재력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다이나믹듀오 형들이 팀 선택 때 1순위로 지목해줘서 감사한 마음에 넙죽 들어갔죠(웃음). 형들이 20년 동안 허투루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한량처럼 지내는 편인데, 형들을 보면서 집중할 때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다이나믹듀오에게 음악적인 기술 외에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배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허울만 좇기도 했지만, 다이나믹듀오를 만나 중요한 건 음악 그 자체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한해는 "형들을 보면서 음악을 보는 시선이 단순해졌고, 오래 사랑받는 음악을 하자고 마음먹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한해 넉살 조우찬 라이노가 합류한 다이나믹듀오 팀은 경연 내내 호흡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안에서 치열한 경쟁보다는 서로 격려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만큼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한해는 준우승을 차지한 넉살을 비롯해 팀원들과 음악적인 공감도 나눴다.
"넉살 형과 저의 공통점이 있죠. 한국에서 자라서 랩에 한국적인 구수한 짠내가 있어요. 도끼·박재범 팀은 멋있고 쿨내가 나고, 어떻게 보면 서슬 퍼렇기까지 했죠. 우리 팀은 한국인 특유의 온정을 나눈 팀이라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거 같아요."
한해의 음악과 가사는 정제되고 심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을 과장해 드러내기보다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한해의 모습은 그의 음악과 닮았다. 래퍼로서의 삶에 대한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음악은 스포츠와는 달라서 물리적인 전성기라는 게 무의미하죠. 축구 선수면 20대 후반이 전성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음악은 대기만성형도 있거든요. 어릴 때 음악을 잘하다가 무너지는 래퍼도 봤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한해는 "더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 시즌6'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렸지만, 인기에 연연하진 않았다. 출연만 해도 행사 섭외 요청에 쏟아지는 '쇼미더머니'에 연달아 참가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데뷔 때부터 묵묵히 지켜봐 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저를 예전부터 좋아하고 믿어주시는 팬들이 있에게 음악을 많이 들려드려야 했는데, 제 행복을 추구하는 바람에 팬분들에게 많은 걸 돌려주지 못했던 거 같아요. 팬들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을 고민 중입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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