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어금니 아빠 딸, 살해된 A양 엄마와 친했어"…왜 죽였나?
입력 2017-10-10 20:25  | 수정 2017-10-17 21:05
경찰 "어금니 아빠 딸, 살해된 A양 엄마와 친했어"…왜 죽였나?


희소병인 '거대 백악종'을 함께 앓아 많은 사람의 안타까운 시선과 도움의 손길을 받던 아버지와 딸이 11년 만에 결국 살인이라는 강력사건 범인으로 전락했습니다.

2006년 '어금니 아빠'로 불리며 자신으로부터 병을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모(35·구속)씨는 10일 여중생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2가지 혐의를 모두 시인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구속한 이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방법과 동기를 추궁하고 있으며, 사체 유기 혐의의 공범으로 이씨 딸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경찰의 중간조사결과 드러난 이씨 부녀의 행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열흘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달 29일 이씨는 중학교 2학년인 딸에게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의 이름을 대며 불러오라고 시켰습니다. A양이 집에 오면 딸이 수면제를 먹이기로 논의까지 했습니다.

다음날인 30일 이씨의 딸은 이씨가 시킨 대로 A양에게 연락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영화를 보며 놀자'고 꾀었다. 주변 CC(폐쇄회로)TV 등을 보면 이씨 딸이 A양을 데리고 중랑구 망우동 이씨 집에 들어간 시간은 낮 12시20분이었습니다.

이씨 딸은 수면제를 탄 드링크 병을 A양에게 건넸습니다. 오후 3시40분 이씨 딸은 혼자 외출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놀고 오라'는 이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씨는 오후 7시46분 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고, 30분 정도가 지난 오후 8시14분 딸과 함께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씨 딸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자신이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 보니 친구 A양이 숨져 있었습니다. 이씨는 '내가 죽였다'고 딸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이씨 딸은 경찰에서 "아빠가 나가 있으라 해서 밖으로 나가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와 보니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A양이 부녀의 범행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A양이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 아내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과 A양은 초등학교 때 친했고 A양이 이양의 예전 집에 몇 번 놀러 왔다고 한다"며 "그러나 중학교 때도 자주 만나고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씨는 '엄마가 좋아했던 아이'라면서 딸에게 'A양을 불러오라'며 이름을 특정해서 A양을 데리고 오라고 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께 이씨 딸은 A양 모친으로부터 A양을 찾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씨 딸은 "놀다가 헤어졌다"고만 말했습니다. 끔찍한 범행이 발생했다는 게 무서워 이렇게 둘러댔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A양 부모는 자정께 경찰에 A양의 실종신고를 했고, 이때부터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튿날 이씨 부녀는 범행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일 오후 5시18분께 이씨 부녀는 A양의 시신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가방을 승용차에 싣고서 강원도 영월로 향했습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32분부터 9시52분 사이에 영월의 한 야산에 A양의 시신을 내다 버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후 이씨 부녀는 동해안과 영월의 모텔을 전전하다 3일 오후 3시께 서울로 돌아왔으며, 은신처로 중랑구 망우동 집이 아닌 도봉구의 한 원룸을 월세로 계약해 숨어있었습니다.

이씨 부녀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망을 좁히던 경찰이 5일 오전 9시께 이 은신처에 들이닥치기 전 이씨 부녀는 미리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복용했습니다.

이처럼 이씨 부녀가 어느 정도 범행을 시인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대체적인 전말이 드러났지만, 아직 경찰은 구체적인 살해 방법과 범행 동기 등을 더 수사해야 합니다.

딸의 친구를 불러 수면제를 먹게 하고 살해한 이유를 놓고 여전히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후 6시께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에 들어가던 이씨는 "왜 죽였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