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주기도문 순례길 만든 송길원 목사 "한국교회 주기도문 `151字` 정신으로 돌아가야."
입력 2017-10-10 13:58 
송길원 목사

"한국교회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산에 올라 기도를 많이 했는데 이제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까 그 열성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래서 산속에다 주기도문 순례길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근 경기도 양평에 '주기도문 영성의 길'을 만든 송길원 목사(60)는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 교회는 주기도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목사가 만든 주기도문 순례길은 총 2.1㎞로 성인걸음으로 3000보 정도 길이다. 길 양쪽에는 도자기 1000개로 만든 십자가, 타일로 만든 밀레의 만종 등 다양한 예술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오전 오후 한 차례식 해설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고, 요일에 따라 파이프오르간 연주나 기도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 길을 걷는 분들이 영혼의 피톤치드를 만나듯 자기 자신의 영성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독교 단체인 하이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송목사는 한국개신교를 이끌 대표적인 차세대 목회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양평군 서종면 일대에 'W-스토리'라는 테마파크를 조성해 가정사목에 힘쓰고 있다.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는 집단 수련회나 하고 있을때였는데, 미국에서는 생애 발달 단계별 프로그램이 따로 있더군요. 이혼자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있을 정도였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가정을 돌보고 회복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영성의 시작은 가정이구나."
송목사는 한국교회가 갈길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거룩함을 뜻하는 성(聖)자를 보면 참 재미있어요. 듣는 일(耳)과 말(口)하는 일이 모여서 만들어진 글자잖아요. 결국 성스러운 일은 듣고 말하는 것, 즉 소통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 근본적인 질문을 자꾸 던져야 합니다."
송목사는 한국교회가 151자로 압축된 '주기도문'의 정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도 중 가장 으뜸이 주기도문이잖아요. 16세기 교회가 주기도문 정신을 잃어버리고 암흑속을 헤매일때 하나님의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죠. 그리고 다시 5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길을 잃고 있어요. 주기도문을 통해 우리가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임을 다시 깨달아야 합니다."
송목사는 부산 고신대에서 교목으로 목회활동을 시작해 1992년 하이패밀리를 설립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의 의미를 50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인 '희년(禧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개혁 500주년을 열번째 맞는 희년으로 받아들입니다. 노예를 해방시키고,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주고,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는 희년의 의미를 되살려 500주년을 맞이해야 합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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