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입성 노리는 `4050 벤처인`
입력 2017-10-09 17:06 
경기도 분당에서 반도체부품 제조업을 하는 벤처기업인 김 모씨(48). 요즘 분양 관련 뉴스를 열심히 챙겨 본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3년 창업한 김씨는 회사와 가까운 곳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샀던 집은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2년에 팔았고, 그 후로 집을 산 적이 없다. 지금까지 번 돈은 대부분 회사에 재투자하거나 예·적금 형태로 모아뒀다. 자녀는 세 명이고 청약통장은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 가입했다. 김씨의 청약가점은 70점이 넘는다.
8·2 부동산대책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지금을 강남 입성의 기회로 삼는 40·50대 벤처기업인이 늘고 있다. 대체로 외환위기를 전후해 창업에 나선 이들은 그간 기업을 키우느라 자기 집을 마련하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무주택·청약저축 가입기간이 길어 가점이 높은 데다 자금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된 데는 8·2 대책의 도움이 컸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가점제 배정 비율이 즉각 40%에서 75%로 높아졌다. 여기에 추가로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과 청약시스템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중소형 아파트는 100% 가점제로 배분된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에서 40%로 낮아지면서 가점이 높더라도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시장 진입이 어렵다. 로또라고 불리는 재건축 분양권을 골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김씨는 "당첨된 아파트의 시세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대출규제와 분양가규제로 자산가나 금수저들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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