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산매입 철회나선 중앙은행
입력 2017-10-09 15:15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빨라질 전망이다. 유동성 공급에 사활을 걸었던 중앙은행들이 속속 '돈줄죄기'에 나서면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매입에 매진했던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의 자산매입 중단은 달갑지 않은 시장 동요를 불러울 수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란은행(BOE)은 지난 2월 채권 매입 중단을 시사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014년 말에 채권 매입을 중단한데 이어 이달부터 자산축소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 26일 열리는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단계적 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7년간 동결해온 기준금리를 올해 7월과 9월 올렸고 호주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은 내년 중 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 회복 기조와 무관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세계 45개국 모두가 올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50년간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순보유자산이 올해 말에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줄어들고 내년 말에는 0.8%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들의 파격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주식·부동산 등으로 흘러들어갔고 이들 자산 가격은 계속 올랐다. 올해 미국, 한국, 대만, 인도 등의 증시는 두자릿수 상승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중단과 보유자산 축소가 본격화하면 양상은 확 달라질 수 있다. 피터 네이글 IIF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단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자산 축소가 예상 범위 내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시장 혼란 등의 리스크를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 움직임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평균 물가상승률은 올 6~7월 2%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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