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갈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소설가 한강(47)이 미국 유력지에 한국인들의 심정을 담은 글을 기고했습니다.
속 깊이 전쟁 트라우마(충격적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를 안고 사는 한국인들, 북한이라는 존재의 복합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애써 태연한 한국인들 앞에서 전쟁 시나리오를 들먹이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자는 게 요지입니다.
한강은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전쟁 우려 때문에 은행에서 돈뭉치를 찾아오다가 절도 피해를 본 노인의 사건을 시작으로 글을 풀었습니다.
한강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부터 전쟁은 그 노인이 청소년기에 줄곧 겪어온 체험이었을 것"이라며 "평범한 중산층으로서 살아온 그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가는 길에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상상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공포, 불안, 무기력, 초조 등의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상태를 열거했습니다.
한강은 "이런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한국인들이 조심스러운 평온과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한 가지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를 세계 다른 지역들보다 더 구체적으로 안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독재정권의 억압을 겪은) 우리가 독재정권과 그 아래서 고통받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기 때문에 선과 악의 양분법을 넘어 전체적인 시각을 갖고 환경에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강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하는가? 이런 종류의 물음은 우리에게 생생한 실체로서 현재 아주 뚜렷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상황을 해설했습니다.
한강은 한국전쟁이 이웃 강대국들이 저지른 대리전이었다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위협이 미국 뉴스에서 들려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 사람들이 매일 2만명씩 죽는다." "전쟁이 미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나니까 걱정하지 말라." 최근 전해진 자극적 뉴스를 토막토막 소개했습니다.
한강은 "한국은 하나만 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에 한국인들이 뚜렷하게 아는 게 한 가지가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그는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며 "또 다른 대리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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