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인들도 `남한산성` 열풍..외교안보적 상황에 빗대 다른 해석 내놓아
입력 2017-10-08 13:51 

추석 연휴기간 영화 '남한산성'이 200만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도 관람 대열에 합류했다. 병자호란 시기 주화파와 주전파의 갈등을 다룬 영화이기에 정치인들은 이 영화를 현재의 외교안보적 상황에 대입해 감상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같은 영화를 보고도 여야 입장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4일 SNS에 "남한산성을 보면서 나라의 힘이 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다"며 "비록 다소 역사의 왜곡은 있지만 북핵 위기에 한국 지도자들이 새겨 봐야 할 영화라고 본다"고 밝혔다. '무능한 군주'와 '신하들의 명분론'을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원인으로 꼽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 역시 페이스북에 영화 감상평을 올리고 "얼마든지 외교적 노력으로 사전에 전쟁을 예방하고 백성의 도탄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민족의 굴욕과 백성의 도륙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의 죄인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 원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의 무대책의 명분을 꼽았다. 이어 "오늘의 우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고, 외교적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척화파'를 현재의 보수세력에 빗대 비판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도 "예조판서의 명분(청에 대한 강경론)과 이조판서의 실리(청에 대한 화친론)를 집중비교 조명하며 힘없는 조선의 설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 명작"이라며 "조선의 백성들을 죽음과 고통과 굴욕으로 몰아넣은 자는 명분도 실리도 타이밍도 모두 잃어 버리고 어떤 것도 결단하지 못한 무능하고 모호한 임금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대한민국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지도자의 모호성은 국가를 더 큰 위기에 빠뜨린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이념도 실리도 명분도 아닌 민생"이라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조정에서 이 정보가 맞네, 저 정보가 맞네로 싸운다. 기본적인 정보가 빈약해 공론이 모아질 리가 없다"며 "표면적으로 척화파, 주화파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정보의 부재"라고 색다른 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원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국정원 개혁에 찬성한다"면서도 "문재인 정권은 국정원 개혁보다는 MB 잡는데 더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남한산성'을 현재의 외교안보적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자호란의 시대상황을 지금 북핵위기와 견주는 것은 호사가들의 얘기일뿐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대사가 주는 여운이 정치란 무엇인가, 외교란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고 밝혔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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