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년 차인 전 모씨(34·여)는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면 바로 이혼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매번 명절을 앞두고 집안일 챙기기를 도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이 결국 화를 불렀다. 전씨는 "맏며느리라는 이유로 명절 음식 준비를 혼자서 도맡아 왔다"면서 "장보기부터 음식만들기뿐 아니라 설거지까지 누구 하나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올 추석에는 손위 시누이가 그 전에 인사를 하러 들르라는 얘기까지 듣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명절 때도 시누이 집에 들르지 않았다가 예의범절이 없다는 지적을 들었다. 시댁에서도 멀리 떨어진 시누이의 집까지 들르려면 친정에 갈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전씨는 "명절이 '악몽'처럼 느껴진다"면서 "더는 참지 못해 이혼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전씨와 같이 평소 쌓였던 부부간, 가족간 갈등과 각종 스트레스가 명절 기간 폭발하면서 연휴가 끝나고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나 설이 '가정 불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298건의 이혼신청(협의이혼신청+이혼청구 소장)이 접수됐다. 그러나 작년 설과 추석 전후 10일간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 신청이 몰렸다.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날짜별로는 추석 연휴(9월 14~18일) 바로 다음날인 9월 19일이 하루에 107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 의원은 "부부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명절갈등'을 특별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편의 경제력이 압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친정 식구가 육아와 가사를 돕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집안일이 여자의 전유물이라는 사회 관념이 줄어들고 있지만 변화하는 사회 구조가 기존의 가부장적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명절 불화'는 잔존하고 있다.
가정 상담 전문가는 "명절 연휴 동안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평소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운전하는 남편은 남편대로,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아내는 아내대로 피로가 쌓이는 상황으로 민감해져 있기 때문에 상대방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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