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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김윤석 이병헌 `대사발` 끝내주는 `남한산성`
입력 2017-10-03 07:02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 옵니까."(최명길)
"죽음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대, 하필 적의 아가리 속이겠습니까."(김상헌)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허허벌판. 청군은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발 앞에 수십 발의 화살을 쏘아댄다. 최명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뒤늦게 어가 행렬을 쫓아 강을 건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 뱃사공의 숨통을 끊어버린다. 혹시 적에게 길을 알려줄까 걱정해서다.
1636년 인조 14년, 청의 침공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한 인조(박해일)와 조정대신들. 난세에 어찌할 방법이 없다. 대신들은 양측으로 나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혹독한 추위와 먹을 것 부족한 싸움에서 모두가 지쳐간다. 최명길은 투항을, 김상헌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다.
임금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 충신의 말이 누구 하나 그르지 않다. 청이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남한산성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이병헌과 김윤석이 주장하는 말의 향연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의 강렬한 연기와 여기에 갈피를 못 잡은 박해일의 고뇌에 찬 연기도 눈길을 끈다. 웃음과 재미를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다른 방향의 재미와 연결된다.

대장장이 날쇠(고수)와 남한상성을 지키는 수어사 이시백(박희순) 등이 액션신 등 동적인 부분을 책임지지만 영화 전체는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최명길과 김상헌이 펼치는 논쟁이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의 논쟁은 또 한편으로는 격렬한 전투신과 비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조선의 운명이 걸린 47일간의 치열했던 이야기를 11개 장으로 담았다. 소설 전개를 충실히 따라간다.
감독의 해석이 들어간 부분이 영화적 묘미도 살린다. 결말에서 김상헌의 선택이 약간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 등이 그렇다. 특히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조의 3배9고두례(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인사)가 과장됨 없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139분. 15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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