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후 부동산 재테크 ◆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 앞. "과일 사세요"라며 손님을 부르는 가게 주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전통시장' 상인의 경륜이 묻어 나왔다. 아직 추석 대목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황금연휴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인 대림시장은 얼마 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박 장관의 배우자 A씨가 대림시장에 무허가 건물을 보유하고 월세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무허가 건물에서 임대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정치적 논란이 됐지만 정작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월 500만원이 넘는 전통시장 상가의 임대료였다. 추석 명절을 맞아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무심코 방문했던 전통시장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전통시장 상권 보호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에겐 전통시장이 '숨은 보석'이 됐다. 특히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층도 늘어나면서 상가 매출과 임대료가 동시에 오르고 상가 건물은 매물이 사라지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A씨의 대림시장 건물에선 과일 상점이 영업 중이었다. 이 업소에선 "일하는 직원이라 정확한 임대료는 모른다"고 답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지상 1층(연면적 74.38㎡) 가건물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520만원을 받았다. 인근 상인들은 "A씨 건물의 임대료가 높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시장에선 최근 대지 82.5㎡ 규모의 2층 건물이 10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매수세가 몰리자 건물 소유주가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 이 건물의 1층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 370만원, 2층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원으로 수익률은 5% 수준이었다.
대림시장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통시장 건물의 특성상 2층은 월세를 잘 받을 수 없다"면서 "1층에서 수입의 대부분이 나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망원시장 내 한 업소 주인은 "주말이면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면서 "33㎡ 정도의 시장 상가 임대료가 150만원에서 2~3년 사이에 400만원으로 급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망원시장 인근 상가건물을 사서 월세 수입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는 많지만 나온 매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유동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모든 업종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망리단길은 젊은 층이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의 입맛에 따라 음식점들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일부 업종이 장사가 더 잘되는 음식점들로 바뀌면서 전통시장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내고도 겨우겨우 버틸 수 있는 건 주 7일 중 하루도 안 쉬고 일하기 때문"이라면서 "돈 쓸 시간이 없어 상인들이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전통시장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무엇보다 시세를 일반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장 입구 쪽이 임대료가 비싸지만 시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도 장사 수완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이고 건물주에 따라 임대료 차이도 크다.
시중은행 PB센터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통시장 투자와 관련한 고객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상가나 건물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소유 형태도 여러 가지다. 망원시장은 좌우 2~5층 건물들을 아케이드 지붕으로 엮어 1층이 전통시장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다. 시장을 둘러싼 건물주들이 각자 시장 상인들에게 상가를 임대하는 형태다. 반면 압구정 구현대 단지 안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사시장'처럼 S&G라는 1개 업체가 3층 건물을 통째로 소유해 이 중 1층을 전통시장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신사시장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사시장은 30년 전부터 장사하던 사람들이 많아 임대료는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 "월 임대료는 3.3㎡당 1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사시장 외에도 강남에는 다양한 전통시장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의 강남영동전통시장처럼 외부로 노출된 형태도 있고 3호선 신사역 인근 강남상가아파트 전통시장처럼 아파트 단지 1층에 자리 잡은 곳도 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주말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 앞. "과일 사세요"라며 손님을 부르는 가게 주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서 '전통시장' 상인의 경륜이 묻어 나왔다. 아직 추석 대목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황금연휴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인 대림시장은 얼마 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 때문에 유명세를 탔다. 박 장관의 배우자 A씨가 대림시장에 무허가 건물을 보유하고 월세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무허가 건물에서 임대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정치적 논란이 됐지만 정작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월 500만원이 넘는 전통시장 상가의 임대료였다. 추석 명절을 맞아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무심코 방문했던 전통시장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전통시장 상권 보호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에겐 전통시장이 '숨은 보석'이 됐다. 특히 전통시장을 찾는 젊은 층도 늘어나면서 상가 매출과 임대료가 동시에 오르고 상가 건물은 매물이 사라지면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A씨의 대림시장 건물에선 과일 상점이 영업 중이었다. 이 업소에선 "일하는 직원이라 정확한 임대료는 모른다"고 답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A씨는 지상 1층(연면적 74.38㎡) 가건물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520만원을 받았다. 인근 상인들은 "A씨 건물의 임대료가 높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시장에선 최근 대지 82.5㎡ 규모의 2층 건물이 10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매수세가 몰리자 건물 소유주가 매물을 다시 거둬들였다. 이 건물의 1층은 보증금 8000만원에 월 370만원, 2층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원으로 수익률은 5% 수준이었다.
대림시장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통시장 건물의 특성상 2층은 월세를 잘 받을 수 없다"면서 "1층에서 수입의 대부분이 나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 내부. [김기정 기자]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은 지하철 6호선 망원역이 들어서면서 활성화된 곳이다. 여기에 '망리단길'이 20·30대의 '성지'가 되면서 전통시장인 망원시장도 이들이 한번쯤은 꼭 둘러봐야 할 명소로 떠올랐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망원시장의 임대료 역시 껑충 뛰었다.망원시장 내 한 업소 주인은 "주말이면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서는 걷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면서 "33㎡ 정도의 시장 상가 임대료가 150만원에서 2~3년 사이에 400만원으로 급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망원시장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망원시장 인근 상가건물을 사서 월세 수입을 받으려는 투자자들의 문의는 많지만 나온 매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유동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모든 업종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망원시장의 한 상인은 "망리단길은 젊은 층이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의 입맛에 따라 음식점들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일부 업종이 장사가 더 잘되는 음식점들로 바뀌면서 전통시장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전통시장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내고도 겨우겨우 버틸 수 있는 건 주 7일 중 하루도 안 쉬고 일하기 때문"이라면서 "돈 쓸 시간이 없어 상인들이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전통시장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무엇보다 시세를 일반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장 입구 쪽이 임대료가 비싸지만 시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도 장사 수완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이고 건물주에 따라 임대료 차이도 크다.
시중은행 PB센터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통시장 투자와 관련한 고객의 문의가 들어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상가나 건물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소유 형태도 여러 가지다. 망원시장은 좌우 2~5층 건물들을 아케이드 지붕으로 엮어 1층이 전통시장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다. 시장을 둘러싼 건물주들이 각자 시장 상인들에게 상가를 임대하는 형태다. 반면 압구정 구현대 단지 안에 위치한 전통시장인 '신사시장'처럼 S&G라는 1개 업체가 3층 건물을 통째로 소유해 이 중 1층을 전통시장으로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신사시장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사시장은 30년 전부터 장사하던 사람들이 많아 임대료는 높지 않은 편"이라면서 "월 임대료는 3.3㎡당 1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사시장 외에도 강남에는 다양한 전통시장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과 9호선 신논현역 사이의 강남영동전통시장처럼 외부로 노출된 형태도 있고 3호선 신사역 인근 강남상가아파트 전통시장처럼 아파트 단지 1층에 자리 잡은 곳도 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