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충청남도 서천의 한 바닷가에서 노인 한 명이 바닷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반 사고사로 생각했던 보령해양경찰서는 수차례 모의실험한 결과 시신 발견 장소가 익사나 자살이 불가능한 수심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타살 가능성을 의심했다. 보령해경은 망인이 고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점을 파악한 뒤 끈질긴 수사를 통해 13억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임을 밝혀내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수사 결과 20대 아들과 이혼한 전처, 전처의 지인인 보험설계사 3명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노인을 바닷물로 유인해 사망하게 한 후 익사사고로 위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령해경이 처음부터 보험사기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수사를 진행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영향이 적지 않았다. 1년 전만 해도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잘 몰랐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 보험사기에 관심을 갖고 수사에 적극 나선 것이 자칫 사고사로 묻혔을 타살사건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와 구별해 따로 관리하고 벌금을 강화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이 1년을 맞으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5997억원에서 2016년 7185억원으로 19.8% 증가했고 올해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기 자체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사 당국이 특별법 제정 이후 보험사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사를 강화한 것이 보험사기 적발금액 급증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수사 당국의 관심이 커지자 민간 손해보험사 보험사기 조사팀의 보험사기 조사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보 등 손보 '빅4'의 보험사기 조사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만4160건에서 올해 상반기 1만6747건으로 18.3% 늘었다. A손보사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 이후 법 규정대로 수사를 의뢰하면 보험 사기를 많이 잡아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최근 손보사들이 자체 보험사기 조사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고 추가 범죄를 유발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보험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보험사기로 인해 총 4조5000억원, 가구당 23만원, 1인당 8만9000원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했다. 보험사기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와 동일하게 다루면 보험사기나 이와 관련된 범죄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손해보험 부문이 보험사기의 대부분(2016년 기준 86.6%)을 차지하기 때문에 손해보험협회와 손보업계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지난해 9월 30일부터 보험사기 행위를 보험사고 발생·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사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보험사기죄를 신설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형법상 사기죄보다 벌금을 강화(2000만원 이하→5000만원 이하)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법에는 보험사들이 보험사기를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조항도 포함됐다. 보험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거절·삭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건당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별법 내용이 보험사기를 근절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단 최근 수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5000만원 이하인 벌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험사기로 취득한 보험금을 환수하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현재는 형사재판 결과 보험사기가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보험금을 반환받으려면 민사재판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민사재판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등이 많이 소요되고 사기범들이 재산을 은닉할 개연성도 커진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부당이익 환수율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특별법에 보험사기 확정 판결자에 대해서는 보험금 즉시 반환 의무를 신설해 보험사기로 어떤 이익도 취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가 발생한 보험 계약건은 해지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B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신뢰가 깨진 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자동차보험 등 의무보험 이외의 사기발생 보험 계약에 대해서는 특별법 내 보험 계약 해지 명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한번 보험사기를 저지른 가입자가 영원히 보험에 들 수 없게 돼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외에 특별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보험 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할 수 있지만 세부 절차와 기준이 없어 심각한 허위·과다 입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지난달 말 손해보험협회가 전국 20~5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답변자의 87.5%는 특별법 제정·시행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의 88%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수사기관의 강력한 조치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답변해 보험사기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보험사기는 적발이 어렵고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 보험사기에 대한 경미한 처벌, 심각한 범죄로 보지 않는 인식 등을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령해경이 처음부터 보험사기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품고 수사를 진행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영향이 적지 않았다. 1년 전만 해도 보험사기가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잘 몰랐지만 특별법 제정 이후 보험사기에 관심을 갖고 수사에 적극 나선 것이 자칫 사고사로 묻혔을 타살사건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와 구별해 따로 관리하고 벌금을 강화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이 1년을 맞으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5997억원에서 2016년 7185억원으로 19.8% 증가했고 올해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기 자체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사 당국이 특별법 제정 이후 보험사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사를 강화한 것이 보험사기 적발금액 급증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수사 당국의 관심이 커지자 민간 손해보험사 보험사기 조사팀의 보험사기 조사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KB손보 등 손보 '빅4'의 보험사기 조사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만4160건에서 올해 상반기 1만6747건으로 18.3% 늘었다. A손보사 관계자는 "특별법 시행 이후 법 규정대로 수사를 의뢰하면 보험 사기를 많이 잡아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최근 손보사들이 자체 보험사기 조사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고 추가 범죄를 유발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보험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보험사기로 인해 총 4조5000억원, 가구당 23만원, 1인당 8만9000원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했다. 보험사기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와 동일하게 다루면 보험사기나 이와 관련된 범죄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손해보험 부문이 보험사기의 대부분(2016년 기준 86.6%)을 차지하기 때문에 손해보험협회와 손보업계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별법 내용이 보험사기를 근절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단 최근 수억 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5000만원 이하인 벌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보험사기로 취득한 보험금을 환수하는 조항을 특별법에 넣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현재는 형사재판 결과 보험사기가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보험금을 반환받으려면 민사재판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민사재판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 등이 많이 소요되고 사기범들이 재산을 은닉할 개연성도 커진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부당이익 환수율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특별법에 보험사기 확정 판결자에 대해서는 보험금 즉시 반환 의무를 신설해 보험사기로 어떤 이익도 취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가 발생한 보험 계약건은 해지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있다. B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신뢰가 깨진 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자동차보험 등 의무보험 이외의 사기발생 보험 계약에 대해서는 특별법 내 보험 계약 해지 명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한번 보험사기를 저지른 가입자가 영원히 보험에 들 수 없게 돼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외에 특별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보험 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할 수 있지만 세부 절차와 기준이 없어 심각한 허위·과다 입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지난달 말 손해보험협회가 전국 20~50대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답변자의 87.5%는 특별법 제정·시행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의 88%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정부·수사기관의 강력한 조치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답변해 보험사기에 대해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보험사기는 적발이 어렵고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 보험사기에 대한 경미한 처벌, 심각한 범죄로 보지 않는 인식 등을 보험사기가 발생하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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