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반도 리스크 탓에…서정진 "3공장 해외에 짓는다"
입력 2017-09-29 16:10  | 수정 2017-09-29 22:02
'코스닥 대장株'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결정
셀트리온이 국내에 짓기로 했던 제3 공장을 해외에 짓기로 전격 결정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9일 코스피 이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에 깜짝 등장해 "국내 정치 이슈에 민감한 해외 파트너들의 요청 등에 따라 (3공장을) 해외에 짓고자 한다"고 밝혔다. 북·미 간 갈등 고조에 따른 한반도 리스크를 해외 파트너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이날 주총에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대장주의 이탈로 안 그래도 소외감이 컸던 코스닥시장은 메가톤급 충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서 회장은 당초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주총 시작 30분 전까지도 회사 측은 "서 회장 방문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낸 서 회장은 작심한 듯 해외 공장 설립 방침을 공개했다. 그는 "현재 1공장 증설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중"이라며 "3공장은 해외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에 세우기로 했던 3공장 설립 계획이 '해외 신설'로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서 회장은 "원래 제3 공장은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국내 정치 이슈에 민감한 해외 파트너들의 요청 등에 따라 해외에 짓고자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나라에 지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3공장을 해외에 짓는 이유로 서 회장은 '국내 정치 이슈에 민감한 해외 파트너들의 요청'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은 국내 정치 이슈가 아닌 한반도 정세 불안과 관련이 깊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램시마 등 자사 바이오시밀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기관 등 우리 고객들이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며 '약 공급이 중단될 우려는 없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며 "세계 시장에 우리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원활한 공급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송도 1공장 증설과 3공장 신설에 3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1공장 증설과 3공장 신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은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인 스위스 론자(연 28만ℓ)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연 30만ℓ)에 맞먹는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서 회장은 또 셀트리온의 첫 '신약'이 될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 후보 물질 'CT-P27'이 내년께 임상 3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 17년 만에 셀트리온이 베링거인겔하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대우그룹 해체로 40대 초반에 실업자가 된 서 회장은 2000년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서 셀트리온의 모태인 넥솔을 창업했다. 넥솔은 미국 벡스젠 등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2002년 셀트리온으로 재탄생했고, 현재는 매출 1조원(2016년 1조4124억원)이 넘는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그룹으로 성장했다. 서 회장은 2001년 세계 바이오산업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당시 서 회장은 향후 10년 내외로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줄줄이 만료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국내에서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한다.
2008년 인쇄회로기판 관련 업체 오알켐을 인수해 우회상장하며 코스닥 입성에 성공한 셀트리온은 상장 6개월 만인 2009년 2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으로 올라섰다. 서 회장은 이때 높은 수익을 내던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을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드는 결단을 내렸다.
2010년 싱가포르 테마섹에서 20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이 탄력을 받았지만 공매도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의심이 몇 년간 지속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런 공격은 램시마가 2015년 유럽 허가에 이어 2016년 미국 진출에 성공하고 나서야 잦아들었다. 현재는 시가총액 17조원대의 거대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결의의 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51.4%가 출석했고, 출석한 주주 86.9%가 찬성했다. 이로써 상법상(제368조 제1항) 이전 상장 결의를 위한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출석'과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 요건을 맞춘 것이다. 주총에 앞서 1만명 이상의 주주가 위임장을 통해 사전에 찬성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의안은 별도 현장투표 없이 가결됐다.
셀트리온이 한국거래소를 통해 이전 상장 절차를 밟으면 이르면 내년 2월 코스피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상장 후 시총 50위권 이내의 주가 수준을 15거래일간 유지할 경우 같은 해 3월 코스피200지수 특례 편입이 가능하다. 이날 현재 시가총액이 17조원대인 셀트리온이 이전 상장할 경우 코스피에서 시총 기준 18위에 해당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주식은 거의 없지만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3.86%를 가지고 셀트리온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서 회장의 셀트리온 지분가치를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면 대략 3조2232억원 정도다. 또 서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36.18%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 보유 지분가치는 2조74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가치를 더하면 5조9678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주식 부자 순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규모다.
[신찬옥 기자 / 송도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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