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초대형 재건축 수주전…부상하는 재무건전성
입력 2017-09-24 17:23 
27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모습.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 전쟁에 정부가 제동을 걸자 무상 이사비 7000만원이라는 입찰 조건이 바뀔 상황이 되면서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강남의 한강변 알짜 아파트 재건축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연봉을 웃도는 금액이 시공사 선정 조건으로 오가는 것은 해외 플랜트에 비견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 때문이다. 우선 공사비만 2조5000억~2조6000억원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장 공사 수주비 기준 2위를 차지했던 GS건설의 1년치 실적(2조3973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사업비(1조7000억~1조9000억원), 이주비(3조8000억원), 중도금 대출(3조2000억원), 그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더하면 10조원에 육박한다.
이 단지는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건설사 재무 상태와 현금 확보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조합 청산까지 최소 7~8년이 걸리는 만큼 조달 금리 수준에 따라 시공비는 물론 사업비와 이자까지 천문학적인 금액 격차가 벌어진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원가 공개) 압력 등 가격 규제에 후분양제를 수용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후분양제를 채택하면 건설사가 계약금 10%만 가지고 시공 60%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건설이 8·2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줄어든 이곳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5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하면서 대출이 필요 없는 조합원에게는 그 이자 비용에 해당하는 현금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통 크게 '베팅'해 조합원들을 설레게 했다. 이는 탄탄한 재무구조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수년간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대형 건설사로 손꼽힌다.
실제 올해 반기보고서상 대형 건설사 부채비율은 현대산업개발(116.9%)이 가장 낮고 현대건설(130.5%), 대림산업(145.1%), 포스코건설(166.6%), GS건설(299.8%), 대우건설(318.1%) 순으로 높아진다. 반면 기업의 현금 동원력을 뜻하는 유동비율은 현대건설(173.8%)이 가장 높고, 현대산업개발(151.2%), 대림산업(135.1%), 포스코건설(115.3%), GS건설(115.2%), 대우건설(101.9%) 순이었다.
홍세진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원가율 조정의 징후가 될 수 있는 이익 및 자금 창출의 신용위험 지표를 연구한 '주요 건설회사 신용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신용위험이 다소 낮음~낮음 그룹에 현대건설·대림산업을, 다소 낮음~보통 그룹에 GS건설·대우건설·한화건설을 넣었다. 반면 포스코건설·SK건설·삼성엔지니어링은 신용위험이 다소 높음~높음으로 판단했다. 이는 실제 건설사 신용등급 수준과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현대건설이 신용평가 3사로부터 AA-(안정적) 등급을 받아 가장 좋은 편이고,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A+(안정적)로 그 뒤를 잇는다. GS건설이 A-(안정적)에서 A(부정적) 사이에 있고, 대우건설이 A-(안정적), 삼성엔지니어링이 BBB+(안정적)로 가장 뒤처진다.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시공사의 조달 금리 격차는 커질 수 있다. 3년 민평금리(채권평가사 평균금리)만 봐도 AA-등급은 2.8%대지만, A-등급은 5.7%로 2배에 달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용등급이 더 낮은 GS건설은 일찌감치 국민은행과 8조7000억원 규모 금융약정을 체결하고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 임했다. 현대건설 측은 "사업비용을 단순 조달하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 간 입찰을 통해 최적의 낮은 금리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직된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급변동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리스크에 덜 노출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자금 조달 우위가 확실하더라도 사업성이 뛰어나 조달 금리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분양 우려가 적은 알짜 사업지라면 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고 조합과 공동 시행할 때 재무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물산의 서초우성1차와 GS건설의 서초무지개 이주비 대출 금리는 각각 3.78%, 3.54%로 결정됐다. 단순 시공이긴 하지만 사업성이 좋다면 시공사 신용등급은 큰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신용등급이 높은 삼성물산의 경우 서초우성1차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금리는 2% 초반에 불과했다.
반포주공1단지는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 속도를 낼수록 이자 비용을 아껴 재건축 조합에도 이득이 된다. 반포1단지는 2019년 착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5388가구로 2021년 준공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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