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오너 리스크에…동부하이텍·동양생명 곤혹
입력 2017-09-22 16:20  | 수정 2017-09-22 19:47
동부하이텍과 동양생명이 각종 악재에 휘말리면서 올해 6월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총수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게 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동부하이텍과 동양생명은 모두 "총수 부재가 사업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동부하이텍 주가는 이날 전날 대비 3.34% 하락한 1만4450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19일 2만2750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36.8%나 떨어진 것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하는 동부하이텍은 중국 스마트폰 업계 재고조정 여파로 지난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이후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외 파운드리 업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2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부하이텍이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전날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동부하이텍 입장에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선 동부하이텍의 실적 전망치도 낮추는 추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전 동부하이텍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93억원에 달했으나 1개월 전 1849억원으로 하향됐다. 9월 21일 기준으로는 1824억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선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망치도 지난해 영업이익 1724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이근영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부재는 사업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주주 악재에 골머리를 앓는 건 동양생명도 마찬가지다.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총수 우샤오후이 회장이 불법대출 및 해외자본 유출 의혹 등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에선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22일 동양생명 주가는 전날 대비 0.50% 하락한 7990원을 기록했다. 6월 2일 주가가 1만9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여 만에 26.7%나 떨어진 것이다.특히 우 회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6월 21일(9900원) 이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에 대해 총 3조원 규모를 추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안방보험의 향후 경영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충격은 더욱 컸다"고 진단했다. 현재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에 투입한 총 금액은 1조6583억원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올해 동양생명의 추정 순이익은 2390억원으로 지난해(148억원) 대비 1515.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 수혈과 실적 개선에도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못했던 것은 지난해 불거졌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 때문이다. 당시 동양생명의 전체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3804억원이다. 동양생명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절차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가 저평가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미 육류담보대출 건에 대한 대손충당금으로 3200억원가량을 쌓았기 때문에 재무상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윤진호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