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웅·종근당·식약처, 글리아티린 대조약 분쟁에 복제약 개발 `스톱`
입력 2017-09-22 15:47 


지난해 초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판권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간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웅제약, 종근당, 원개발사 이탈파마코 사이에서 볼썽사나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탈파마코와는 상표권 분쟁을, 식약처·종근당과는 대조약 변경 과정에 대한 공방을 각각 벌이고 있다. 특히 식약처가 복제약을 만들 때 기준인 대조약을 원개발사 원료로 만든 종근당의 제품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법정으로까지 번지면서 다른 제약업체들은 수개월째 글리아티린 복제약 개발 일정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이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 재결 취소 소송에서 최근 법원은 종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행정심판 재결은 식약처가 글리아티린 대조약을 대웅제약 약에서 종근당 약으로 변경해 공고한 걸 취소하라는 것이었다.
행심위의 재결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식약처는 지난 20일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을 다시 정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식약처가 종근당에 특혜를 주기 위해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 변경을 서두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행심위를 상대로는 패소한 행정소송을 항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입장 자료를 이날과 전날 잇따라 배포했다.

대웅제약 측은 지난해 3월 자사의 글리아티린의 허가를 자진 취소한 뒤 식약처가 절차를 무시하고 급하게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을 종근당 글리아티린으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만든 글리아티린 재고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 대조약 지위를 되찾는다고 해도 실익이 없다면서도 식약처가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처리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행심위의 항소를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행심위·대웅제약·종근당이 다투는 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에는 대웅제약이 만든 글리아티린이 지정돼 이 약의 복제약을 만들려는 제약사는 개발 일정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복제약을 만들려면 대조약과 같은 약효를 낸다는 것을 증명하는 생동성시험을 해야 하지만, 이미 허가가 취소된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이 대조약으로 지정돼 있어 생동성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 분쟁과 관련해 식약처·대웅제약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리지널약의 판권을 빼앗긴 뒤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계열사의 복제약을 대조약의 지위에 올려 오리지널과 비슷한 마케팅 효과를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업계로부터 받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분쟁을 계속하면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을 대조약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글리아티린 복제약을 출시하려는 경쟁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제약 개발 일정이 진행되지 않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리아타민과 글리아티린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조약 지위를 놓고 벌이는 분쟁과 별개로 대웅제약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원개발사인 이탈파마코와 상표권 분쟁도 벌이고 있다. 오리지널약 판권을 종근당에 빼앗긴 대웅제약이 계열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타민을 출시하자 원개발사 이탈파마코가 상표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 지난달 특허법원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이 오리지널약 글리아티린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결했지만 대웅제약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종근당으로 판권이 넘어간 오리지널약 글리아티린의 매출은 302억1600만원에 그친 반면 대웅바이오의 복제약 글리아타민은 453억5000만원어치가 팔렸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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