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인식 KAI부사장 자살…유서 "잘해보려고 노력했는데…사장님께 심하게 누 끼쳐 죄송"
입력 2017-09-21 16:20 
21일 오전 11시40분께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자신의 숙소에서 자살을 한 김인식 KAI 부사장의 시신이 검안을 마치고 인근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승균 기자]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김인식(65) KAI 부사장이 자신의 아파트 숙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김 부사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낳고 있다. 회사 주변에서는 평소 책임감과 애사심이 강한 김 전 부사장이 자신이 맡고 있는 해외수출사업 부분이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심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21일 오전 8시 40분께 본인이 숙소로 사용하던 경남 사천시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현장을 목격한 이 회사 직원은 김 부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아파트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선 김 부사장이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또 거실에는 김 부사장이 마신 소주병과 맥주캔이 있었다. 이 아파트는 김 전 부사장의 사택으로 혼자 사용해 왔다. 김 부사장은 사흘간 이라크 출장을 떠나 지난 20일 귀국해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경찰은 김 부사장의 동선이 20일 오후 11시 40분까지 파악된 점을 감안해 자정 이후 아파트에 혼자 있던 김 부사장이 술을 마신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이라크에 판매한 F/A 50 경공격기의 미회수된 대금 지급을 독촉하기 위해 갔으나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해외에서 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자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고 미국 보잉사와의 계약건도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책임감과 애사심이 강한분이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유서에는 첫장은 지난 20일 긴급 체포된 하성용 전 사장과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의 내용이었고, 나머지 두장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유서에서 "다 내가 못나고 잘못했다. 내가 맡고 있는 사업들이 사장님과 회사에 심하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잘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돼 못 견디게 송구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회사 내에서 해외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6년 공군 준장을 끝으로 전역해 전임 정해주 사장 시절에 입사했다. 회사 주변에서는 김 부사장이 경영비리 혐의 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얘기가 나온다. 검찰도 김 부사장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주변에서는 이라크 해외출장 결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하 전 사장이 긴급체포되는 소식을 접하면서 복합적인 심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부사장이 하 전 사장과 경북고 동기동창이었다는 점, 하 전 사장 재임시절 부사장으로 승진한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분식회계, 인사비리, 상품권 살포 등에 대해 전반적인 비리를 짚어나가면서 심적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있는 점 등 타살 흔적이 없어 부검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절차가 진행되는대로 가족들에게 시신을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부사장의 시신이 사천의 숙소에서 인근 한 장례식장으로 운구되는 동안 일부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천 = 최승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