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합종연횡` 글로벌 철강업계, 국내 업계 대응 방안은?
입력 2017-09-21 15:40 


공급 과잉에 시달려온 세계 철강업계가 중국 업계 구조조정을 계기로 합종연횡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독일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의 영국법인은 유럽 내 사업을 합병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생산량 기준 유럽 2위가 될 전망이다.
티센크루프 고부가 철강제품에 경쟁력을 갖고 있고, 타타스틸은 철강 생산규모가 강점이다. 티센크루프 측은 성명을 통해 철강 생산능력을 조절하면 고부가철강 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도 18억유로(약 2조4000억원)를 들여 이탈리아 최대 철강사 일바를 인수했다. 일바는 유럽에서 가장 큰 제철소를 보유해 조강(쇳물) 생산비용이 가장 낮다. 아르셀로미탈은 설비와 조직을 통폐합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세계 4위 철강사인 신일철주금이 지난해 닛산 제강을 합병한 바 있다.

철강업계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은 지난 몇 년동안 철강 제품 공급이 크게 늘어난 데서 시작됐다.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철강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남기 위한 합종연횡을 시작한 것이다.
철강 제품의 과잉 공급을 주도했던 중국이 산업 구조조정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인프라 투자 확대를 노리고 생산량을 빠르게 늘렸지만 예상만큼 수요가 늘지 않자 팔리지 않은 제품을 세계 시장에 밀어냈다. 이에 세계 시장에서 철강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이로 인해 중국은 철강업계의 공적이 됐다.
미국, 유럽 등의 정부까지 나서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공급을 지적하자 중국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매년 조강 생산량을 1억5000만t씩 줄이겠다고 천명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실제 올해 5월까지 중국 내에서 1억1000만t 규모의 고로(용광로)가 폐쇄됐다.
지난 2015년 기준 세계 조강 생산량 5위와 11위에 각각 올랐던 바오산철강과 우한철강이 합병해 바오우철강이 탄생했다. 지난해 6381만t의 쇳물을 생산해 9545만t을 생산한 아르셀로미탈에 이은 세계 2위 철강사로 올라섰다. 이전까지 생산량 규모로 각각 세계 2·3·4위였던 허베이강철·신일철주금·포스코는 순위가 한 단계씩 밀렸다.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의 반응은 느긋하다. 중국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철강 제품의 가격이 올라 최근 수익성이 회복 중인 데다 고부가 제품의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 포스코 매출에서 고부가 제품군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 56%에 달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티센크루프·타타스틸의 유럽 사업 합병은 세계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영업지역이 국내 철강사들과 겹치지는 않는다며 "아직까지 국내 철강업계의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생산량 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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