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외무상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비난…핵폭주 `마이웨이` 확인
입력 2017-09-21 15:23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 대해 "개 짖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리 외무상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처음으로 쏟아낸 말은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 개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리 외무상은 "그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맞받아쳤다.
리 외무상의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라는 말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정한 길은 무조건 끝까지 가겠다"는 뜻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지난 19일 유엔 안보리의 제제 결의에 대해 "미국이 우리에게 제재 따위나 가한다고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격언을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바이다"라고 주장하기 도 했다.
리 외무상은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강경한 맞대응이 예상된다. 또 북한 핵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비판하는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23일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그밖에 남은 시간에는 공개적인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북한에 우호적인 제3세계 국가들과 비공개 접촉에 집중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 연합체인 '77그룹(G77) 연례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으며 내주 초 출국할 예정이다.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을 계기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도 관심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 7월부터 무기개발 행보에 집중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추석을 앞두고 과수원 현지 지도를 하는 등 민생관련 행보를 벌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눈뿌리 아득히 펼쳐진 청춘과원을 바라보노라니 정말 기분이 좋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대부분 활동 다음날 북한 매체에 관련 사실이 보도됐다는 점에서 과수원 방문은 20일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시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파괴' 연설 내용이 전해진 뒤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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