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억명 홀린 `밀레니엄`…후계자를 찾다
입력 2017-09-21 14:33 

오십년 간 매일 말보로를 한 갑씩 피운 스웨덴 기자 스티그 라르손은 죽은 뒤에 더 유명해졌다. 2004년 심장마비로 죽은 뒤 발견된 소설 뭉치가 52개국에서 1억부 돌파를 목전에 둔 황금알로 둔갑한 덕분이다.
북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미스터리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거미줄에 걸린 소녀'(문학동네)에서 번역·출간됐다. 작가가 세상을 떠났는 데 어떻게 후속편이 나올 수 있었을까.
라르손이 애초 밀레니엄 시리즈를 10부작으로 계획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라르손의 유족과 출판사는 라르손의 후계자를 물색했고, 2013년 라르손과 똑닮은 범죄 사건 전문기자 출신 다비드 라게르크란츠를 낙점했다. 이른바 '밀레니엄 리부트'인 셈이다. 2015년 4편이 출간되면서 시리즈의 새 시작을 알렸다. "라게르크란츠의 진정한 성취는 리스베트를 절묘하게 성장시킨 데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평을 받았고, 전작 못지않은 인기도 이어가고 있다.
계간지 '엑스포'를 창간해 편집장으로 이끌었던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의 신(新)나치 인종주의자들의 만행을 폭로하고, 대기업의 비리를 고발한 기자였다. 대기업의 비리를 고발했다 직장에서 잘린 걸로 묘사되는 소설의 주인공인 잡지 '밀레니엄' 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라르손과 닮은 꼴이다. 하지만 밀레니엄의 인기의 원동력은 '히로인'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매력에 빚진다.
리스베트는 낡은 가죽 점퍼 차림에 피어싱과 문신으로 뒤덮인 외모의 사회 부적응자지만 천재적인 해킹 실력을 지녔다. 4번째 이야기는 긴 슬럼프에 빠져 '밀레니엄'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버린 미카엘에게 제보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컴퓨터공학자 프란스 발데르에게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다는 제보였지만, 흥미를 끈 건 그가 만났다는 '좀 이상한 여자 해커' 리스베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란해하는 미카엘에게 프란스가 먼저 전화를 걸어온다.
오래전 사라진 쌍둥이 여동생 카밀라를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꿈을 꾼 뒤 리스베트도 프란스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게 미 국가안보국(NSA)과 해커 조직 '스파이더스'까지 연루된 거대한 사건으로 비약한다. 컴퓨터 기술의 도난 사건에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휘말리면서 다시 한 번 목숨 건 추격전을 벌어진다.
4부에 이어 스웨덴 현지에서는 최근 5부 '자기 그림자를 찾는 남자'도 출간됐으며, 라게르크란츠의 밀레니엄 시리즈는 6부까지 예정돼 있다. 문학동네는 국내에 절판된 기존의 3부작도 판권을 가져와 다시 출간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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