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펜의 역사를 바꾼다" 네오랩컨버전스
입력 2017-09-17 14:16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가 네오스마트펜 라인프렌즈 에디션을 소개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네오랩 컨버전스는 펜의 역사를 바꾸는 기업입니다. 단순히 지식을 기록하던 도구에서 교육 혁명인 '스마트교실'을 여는 열쇠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 대표는 네오랩컨버전스의 비전을 설명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일상 생활로 파고들면서 잉크를 사용해 종이에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펜은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기록되지만 여전히 기록하는 도구로서 펜은 살아남았다. 네오랩컨버전스는 종이에 직접 수기로 기록하는 펜의 아날로그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기록물은 전자문서 형태의 디지털로도 남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화했다.
KAIST 출신으로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한 이 대표는 2009년 펜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네오랩컨버전스를 창업했다. 네오랩컨버전스는 엔코드(Ncode)라는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엔코드는 코드화된 점의 패턴을 종이에 인쇄해 광학기계를 통해 정보를 읽는 기술"이라며 "인쇄된 점의 패턴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고 특정 광학기계로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종이에 격자 형태로 구획을 나눠 표시하면 X·Y축을 표시할 수 있다. 2×2㎜의 마이크로 코드로 선이 교차하는 격자점(dot) 각각은 좌표가 된다. 스마트펜이 이 좌표를 통해 손글씨를 인식할 수 있다.
네오랩컨버전스가 개발한 스마트펜에는 종이 위에 인쇄된 엔코드를 인식하는 카메라가 내장돼 사용자가 종이 위에 쓰는 내용을 그대로 전자문서로 옮겨준다. 광학 센서로 엔코드가 인쇄된 종이 표면을 촬영한 뒤 전용 CPU로 엔코드를 해석해 페이지 정보, 좌표를 필압 데이터와 결합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 필기정보는 펜에 탑재된 메모리에 저장되는데 블루투스로 실시간 전송도 가능하다. 연속되는 아날로그 필기를 초당 120회 샘플링하는 기술과 정교한 렌더링 엔진을 탑재해 책이나 노트 등 종이 위에 필기체로 흘려 쓴 손글씨도 거의 그대로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에 그대로 구현해준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iF 디자인 어워드, iR52장영실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네오랩컨버전스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소리펜, 스마트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선보였다. 소리펜의 경우 2011년부터 교원 등 교육기업에 납품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4년에는 스마트펜 N2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25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노트나 책에 필기한 뒤 필기한 내용을 사진을 찍어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이 종이 위에 쓰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로도 기록물을 남길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며 "이렇게 만든 파일을 공유, 출력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오랩컨버전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교실 분야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종이 없는 교실로 대표되는 스마트교실은 태블릿PC, 전자칠판 등이 적용된 교실이다. 2012년 전국 13개 스마트 교실 연구학교를 지정한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가대와 달리 사업은 시범사업에서 더 진행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스마트교실의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에 밀려 아시아 세 국가 중 가장 뒤쳐지고 있다"며 "관련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마트교실을 대표하는 것이 전자교과서다. 이 대표는 "한국에선 전자교과서 단말기와 콘텐츠만을 전자교과서라고 인식한다"며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전자교과서는 거의 다 개발이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인데 꼭 우리가 아니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기업들이 만든 스마트펜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부분이라 교육 당국이 나서 스마트교실 플랫폼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선 스마트교실을 통해 공교육 분야에 진출하고 싶지만 길이 막혀있다보니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으로 진출하면 사교육에 밀려 공교육이 위축된다는 볼멘소리를 듣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처럼 정부 주도로 공교육 시장을 키워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미 학교에 구축된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를 기반으로 성적 데이터 등을 넣는 플랫폼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 교실 인프라를 모두 바꾸지 않고도 충분히 스마트교실을 구현할 수 있다"며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사교육에 위축된 공교육을 외국에서 각광받는 국내 IT기술로 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영욱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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