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백수오 농가 90% 폐업…"가짜 파동, 죽고 싶었다"
입력 2017-09-17 13:21  | 수정 2017-09-24 14:05

"늦게나마 안전성을 인정받아 억울함을 풀어서 다행입니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판로가 꽉 막혔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다시 백수오를 찾는 손님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충북 제천시 두학동 7만6천㎡의 밭에서 백수오를 재배하는 유덕종(59)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로 백수오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하던 도중 쌓였던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왈칵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재배 농가와 백수오 가공품 판매 업체에 혹독한 비난이 쏟아지던 2015년 당시를 괴로운 듯 회상했습니다.

백수오는 약초의 고장 제천에서도 특별히 손꼽히는 효자 작물이었다. 이 지역 100여 농가가 115만7천24㎡의 부지에서 매년 500t 이상의 백수오를 생산해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맞물려 백수오 열풍이 불었던 그 당시 홈쇼핑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4월 백수오 관련 제품 상당수에서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가 나오면서 사정이 급변했습니다. 국민적인 비난과 원성이 쏟아졌고, 제천 백수오 농가들은 일순간에 쑥대밭이 됐습니다.

인체에 위험하다는 말이 급속히 퍼지면서 백수오 제품 대량 환불 사태가 일어났고 해당 제품을 제조·유통하거나 취급한 업체들은 큰 손해를 봤습니다.

안정적인 거래처였던 제조·유통 업체가 주저 앉으면서 판로가 꽉 막힌 재배농민들은 대부분 백수오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여파로 제천 백수오 재배 면적은 2015년의 10%(11만5천㎡)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유씨는 "당시 이엽우피소로 입었던 피해만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끔찍하다"며 "검찰에서 3개월간 조사까지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재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유씨는 백수오의 안전성을 인정해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를 계기로 재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지난달 22일 이엽우피소가 미량(3% 미만) 혼입돼도 백수오를 뜨거운 물에 달여 추출하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 백수오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켰습니다.

하지만 유씨는 "농민들은 소비자들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기관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이엽우피소가 일절 섞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되면 함께 생산한 백수오로 제조한 제품 전량을 불합격 처리해 폐기처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세척과 절단, 건조 등 가공 전 과정을 제조·유통업체 직원이 상주해 점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불안해 할 수 있는 빌미조차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백수오에 대한 불신을 거둬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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