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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늘 좋았던 히딩크와 인연이 불편해졌다
입력 2017-09-14 20:55 
왼쪽부터 거스 히딩크 감독, 이영표, 박지성,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사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과 한국축구의 인연은 2000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축구협회는 2000 아시안컵 직후 명망 있는 세계적인 명장을 찾아다녔고, 히딩크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본선 1승도 하지 못한 나라를 4강까지 이끌면서 잊지 못할 2002년 여름을 선물했다. 재계약 러브콜을 마다한 그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네덜란드(PSV 아인트호벤)로 떠났다. 그러나 한국축구와 소중한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히딩크 감독도 여러 차례 방한했다. 거스히딩크재단을 설립해 드림필드 건립 등 다양한 사회기여활동을 했으며, K리그 올스타전에서 두 차례(2012·2014년)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 등 축구계 인사와도 활발하게 만났다. 축구협회도 한때 후임 감독(움베르투 코엘류)에 대한 의견을 히딩크 감독에 묻기까지 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의 도움 아래 유럽에 진출해 성공했다.
그렇게 축구협회와 히딩크 감독은 20년 가까이 늘 좋았던 인연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대표팀 감독 희망설로 ‘불편한 관계가 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6일 히딩크 감독이 한국 국민이 원할 경우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의사가 있다”라는 재단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 체제로 가시밭길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을 누린 지 반나절이 채 안 지난 시점이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히딩크 감독은 명장이다. 상황 판단을 잘 할 것이다. 공식적으로 그 같은 제의를 할 리가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신태용 감독도 히딩크 감독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축구협회는 신 감독을 신뢰했다.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인 계약을 해지할 뜻이 없다. 신 감독 또한 지난 7일 귀국길에서 러시아월드컵 구상을 밝혔다. 오는 25일에는 내달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설 2기 명단도 발표할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불쾌감을 드러낸 축구계 인사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주일 후 히딩크 감독이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만날까. 사진=천정환 기자

히딩크 감독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직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재단 관계자의 발언을 고려하면 ‘감독이 될 것이다. 들끓은 여론도 히딩크 감독을 감독으로 희망하지, 기술고문으로 희망하지 않고 있다.
난처한 것은 축구협회다. 현재 히딩크 감독은 불편한 존재가 됐다. 신태용호 체제로 러시아월드컵을 치르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메랑이 다시 날아왔다.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으로 불씨는 더욱 커졌다. 이 난제를 풀어야 한다.
진실공방까지 터졌다. 히딩크 감독이 재단 관계자에게 의사를 밝혔던 시점은 대표팀 사령탑이 공석 중인 지난 6월이었다. 축구협회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히딩크 감독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 측이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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