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00년전 조선여성 미라 첫 부검 성공…사망원인 밝혀
입력 2017-09-12 13:27  | 수정 2017-09-19 13:38

국내에서 처음으로 질병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약400년 전 조선시대 미라의 사망원인을 밝혔냈다.
이은주(서울아산병원 내과)·신동훈(서울대병원 해부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17세기 조선시대 여성 미라(사망나이 35∼50세 추정)의 사인을 유전자분석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질병 관련 유전자 분석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참조용 표준 유전체(게놈)와 비교해 해당 질병이 있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국내에서 미라 연구에서 사인 규명을 위해 유전자 분석기술이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인으로 밝혀진 죽상동맥경화증은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동맥 안에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이다. 주로 잘못된 식생활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방치 시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미라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CT 영상만으로는 진단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연구팀은 미라 내부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채취해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들여다봤다. 사체 표면 DNA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해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DNA 염기서열이 변이된 것을 뜻한다. 가령 질병이 있는 환자와 정상인의 SNP를 비교했을 때 특정 SNP가 나타나는 빈도가 유의하게 다르다면 그것은 질병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
연구 결과 해당 미라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과 관련된 7개의 SNP가 발견됐다. 이에 연구팀은 변이 유전자가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켰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은주 교수는 "최종 사인으로 밝혀진 죽상동맥경화증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칼로리 식단, 고지혈증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가진 현대인들의 걱정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우리 조상에게도 이런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한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미라 연구에 있어 유전자분석 방식의 유용성을 나타내는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동훈 교수는 "향후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부검만으로는 뚜렷하지 않은 질병의 병리학적 진단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엄하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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