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만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환, 의료진은 환자에 솔루션 줘야"
입력 2017-09-08 16:59 
김용진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 [사진 = 한경우 기자]

병원을 찾으면 진료 말미에 의사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술·담배를 자제하라" "인스턴트 식품이나 육류보다는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라" "운동을 꾸준히 해 체중을 좀 줄여야 한다" 등이 그것. 하지만 이런 조언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당뇨병·고혈압 등 성인병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실제 대한당뇨병학회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470만명으로 30대 이상 인구의 13.7%에 이른다. 오는 2030년에는 당뇨병 환자 수가 722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혈압 환자 수는 752만명으로 2년만에 6.4% 늘었다. '웰빙(Well-being)'하라는 의사들의 말을 지키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7일 저녁 진료실에서 만난 김용진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46·외과 교수)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며 "치료 방법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대안은 고도비만수술이다.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환자는 위의 용적이 줄어 음식을 적게 먹으면서 체중이 줄어든다. 용적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위를 잘라서 십이지장에 연결하는 '절제술', 십이지장을 건너뛰고 바로 소장에 연결하는 '우회술'과 위를 자르지 않고 밴드로 묶는 '밴드술' 등이 있다.

"고도비만수술을 받으면 살이 빠지는 효과도 있지만 당뇨·고혈압 등 성인병이 완화돼 환자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실제 고도비만수술을 많이 하는 선진국에서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환자의 생존률이 받지 않은 환자보다 40%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 번 걸리면 평생 인슐린을 달고 살아야 한다고 인식되는 당뇨병의 경우 유병 기간이 길지 않다면 고도비만수술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고 김 센터장은 말했다. 위에서 모두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소장을 빨리 자극하면서 인슐린 분비·작용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이 많이 시행하는 위 우회술을 받으면 당뇨 완화 효과가 더 뛰어나다. 음식물이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아 십이지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분비·작용 억제 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십이지장은 위의 마지막 부분과 소장의 첫 부분을 연결하는 장기다.
김 센터장은 "현재 당뇨병 환자들이 먹는 약도 십이지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GIP)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소장 자극으로 분비되는 글루카곤유사펩티드-1(GLP-1) 작용을 촉진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기 일부를 잘라내 내장 구조를 바꾸는 수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선진국에서 고도비만수술은 맹장수술만큼이나 흔하다"며 "해부학적 측면에서 위 절제술·우회술은 위암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가 길다는 점도 고도비만수술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근거다. 김 센터장은 "1920~1940년대에도 위암수술을 받은 환자의 혈당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당시 의료진은 GLP-1·GIP 호르몬의 작용 원리를 알지 못했다"며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두 호르몬의 작용 원리가 밝혀지면서 지난 1960년대부터 고도비만수술이 의료행위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하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고도비만수술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고도비만 환자들 중 상당수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앓고 있어 이를 치료하는 약값이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반면, 고도비만수술은 처음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약값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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