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차, 빚 석달새 1조4천억 급증 `비상등`
입력 2017-09-08 16:04  | 수정 2017-09-08 23:50
S&P, 현대차 등급전망 하향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신통치 않은 현대차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데 이어 부채비율까지 오르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전과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들어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주는 실적 전망도 좋지 않아 '이익 감소→차입금 증가→부채비율 상승'이란 악순환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이익 상위 34개사(금융업 제외)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141.6%에서 6월 말 134.1%로 7.5%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단기차입금과 같은 항목으로 구성된 총부채를 이익잉여금이 포함된 총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해당 회사의 부도 가능성이 낮다는 뜻으로 100% 아래일 때 보통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주는 대부분 이익 증가에 따라 차입금을 줄여 부채비율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34곳 중 올해 3월 말보다 6월 말 부채비율이 낮아진 곳은 30개사(88.2%)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 한국전력, LG디스플레이, 한국가스공사 등이다. LG디스플레이는 부채비율이 80.9%에서 81.6%로 다소 상승했지만 그 비율이 100% 미만이라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수치는 아니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141.1%에서 142.6%로 상승했다. 3개월 새 자본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늘면서 부채가 증가하자 재무건전성에 의문 부호가 켜졌다. 단기차입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돈이다. 지난 3월 말 9조303억원 수준이었던 단기차입금은 6월 말 10조4387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4084억원이나 증가했다. 자동차회사 특성상 신차 출시를 앞두고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기차입금 성격이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해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신차가 나오면 그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익잉여금이 정체 상태인 게 문제다. 같은 기간 빚이 1조원 넘게 늘어나는 동안 이익잉여금은 814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가의 한 자동차 업종 연구원은 "현대차는 최근 이익이 쌓이는 것보다 단기차입금이 더 증가했다"며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나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실적 악화와 함께 재무건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차 판매가 반 토막 났고 미국에서도 신차가 나오지 않으면서 판매가 줄어 고전 중이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3445억원으로 작년 2분기(1조7618억원)보다 이익이 23.7% 급감했다.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또 다른 축인 현금성자산이 증가한 것은 위안거리다. 지난 3월 말 6조5338억원이었던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월 말 현재 7조2460억원으로 7122억원 늘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차는 차입금 대비 현금성자산이 많은 편"이라며 "중국, 미국에서 판매 부진이 나타나며 현금 창출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이익 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은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한 편이다. 이익 비중이 큰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이 뚝 떨어지며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에프앤가이드 기준)도 3조935억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3분기에 비해 이익이 30%나 감소한 수치다.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145%에서 6월 말 146.9%로 2%포인트가량 증가했다.
공공기업 정상화 전략을 짤 때마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소리를 듣는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들어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 분석 대상 대형주 평균 부채비율은 130%대이지만 한국가스공사는 홀로 300%를 넘었다. 지난 2분기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3분기에는 적자폭이 더 늘어 129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새 정부가 원전 가동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 그 수혜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국외 에너지 사업의 이익이 예상치를 밑돌며 실적 악화와 재무 구조 개선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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