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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종각역 모든 빌딩 지하로 연결"
입력 2017-09-08 15:56  | 수정 2017-09-08 17:14
◆ 업그레이드 서울, 구청장이 뛴다 / 김영종 종로구청장 ◆
종로구가 민간의 힘을 빌려 종로구 청진동 등 광화문 일대의 거대 지하 보행네트워크를 만든다. 김영종 종로구청장(64)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디타워, 그랑서울, KT 광화문빌딩 동관 등 청진동 일대 대형 빌딩의 지하를 지하철역과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면서 "향후 리모델링하는 종로구청사와 KT빌딩 서관, 대림산업 등 광화문 인근 웬만한 대형 빌딩은 모두 지하에서 연결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처럼 서울의 대표 오피스가 밀집한 광화문 일대가 지하 공간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지하 빌딩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광화문 지하철역에서 내려 종로구청에 여권을 발급받으러 갔다가 디타워에서 점심을 먹고, 그랑서울에서 차를 마시며, 종각빌딩까지 이동해 서점에 들러 책을 산다. 이런 행위들이 자연스러운 보행 동선으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뤄질 수 있다.
종로구청 먼저 낡은 청사 리모델링을 계획하며 지하철역과 연결할 지하 공간을 확보했다. 그는 "2010년 구청장에 취임하자마자 받은 보고가 그랑서울, 디타워, KT광화문빌딩 동관 등 5개 지구의 거대 빌딩 건축 사업이었다"며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는데, 지하 공간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없었다. 1년 반가량 90회 가까이 회의해 설득·조정한 끝에 광화문을 대표하는 두 빌딩인 그랑서울과 디타워 지하가 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편의성이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지하도로와 연결되기 전 그랑서울 지하 상점들 매출은 지하철·지하 보행로와 바로 연결되면서 20% 상승했다. 유동인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연결의 힘'이다.
김 구청장은 이것을 관이 나서는 게 아니라 민간이 스스로 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1차 사업에 586억원가량이 소요됐는데 이는 모두 민간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 것"이라며 "민간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종로구 시도가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이 아이디어만 제공했다면 민간도 순순히 비용을 들여 보행로를 만들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종로구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하철과 빌딩 사이 연결 통로를 만들 때나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이동 통로를 만들 때 발생하는 도로점용료를 영구 면제해 준 것이다.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다수 보행자를 위한다는 점에서 명분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랑서울과 디타워 등 1차 실험이 끝나고 주변 다른 빌딩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당연했다.
김 구청장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도시대학원에서 환경설계학 석사를 수료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화두인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다. 종로구 소재 창신·숭인지구는 일찌감치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종로구식 재생은 창신·숭인처럼 보존할 부분은 보존하며 진행하는 '재생'이다.
그는 "(문화유적이 많고 역사성이 있는 건물도 많은)종로구에는 대규모 개발이 적합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서촌이 대표적인데 개발로 방향을 잡게 되면 특유의 분위기가 죽어 결국 동네가 쇠락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구단위계획을 짤 때 서촌이나 북촌과 같은 곳에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고, 상가나 식당도 대형 규모는 못 들어오게 하는 이유다.
다만 지나치게 낡은 집에서 제대로 고치지도 못하게 해놓고 살라고 하거나, 너무 좁은 도로 때문에 소방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엔 관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의 편리함을 입히면서 옛것을 살리는 것'이 종로구식 재생 방향이다.
또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에 기여하는 건축물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 방침이다. 김 구청장은 "예를 들어 3층까지만 지을 수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아름답고 주변과 어울리는 멋들어진 건축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오면 층수를 일부 완화시키고 규제도 조금은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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