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한 에이블씨엔씨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랭하다.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면서 주주가치가 희석될 우려에 주가가 휘청였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15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보통주식 813만100주를 새로 발행하며, 발행가격은 1만8450원이다. 이는 기준주가 대비 7% 할인된 가격이며, 지난 6일 종가 대비 9% 싸다. 증자는 기존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를 발표한 후 회사의 주가는 휘청였다. 공시 후 첫거래일인 이날 오후 1시 현재 에이블씨엔씨는 전 거래일 대비 13.33%(2700원) 떨어진 1만75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14.81% 내린 1만7250원을 기록하면서, 최근 1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회사 이익 대비 주식수가 크게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발행된 보통주는 1789만782주로, 신주가 발행되면 주식 수가 45.4% 가량 급증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측은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가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48% 가량 희석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3%씩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유증으로 단기적 투자 매력은 더욱 떨어졌다. 자금을 활용해 ▲점포 인테리어 개선 ▲연구 개발 강화 ▲해외 진출 국가 유통 채널 강화 등의 계획을 달성하겠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주가 변동은 확대될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예측이다.
삼성증권은 회사가 제시한 목적이 실제 유상증자의 이유와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모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갈 만한 계획이 아닌데다 에이블씨엔씨가 이미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11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150억원~200억원의 현금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며 "시장에 밝히지 않은 다른 사업계획이나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한다"고 말했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로 넘어가면서 중장기 성장 관점에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번 유증을 단순히 영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부증권은 목표주가를 1만8000원으로,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했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도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각각 내렸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