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잘 나가는 배터리업계, 원료값 상승에 `찬물` 맞나?
입력 2017-09-06 15:29  | 수정 2017-09-07 15:38

2차전지(충·방전을 반복하는 전지) 원료인 리튬·니켈·코발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업계가 비상이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적자를 이어오다 최근 수익성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전기차 시장의 확대 조짐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된 니켈 가격은 t당 1만215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초만 해도 t당 8715달러였던 가격이 두달여만에 40% 가량 상승한 것이다. 니켈 가격이 오른 건 세계 최대 생산국인 필리핀 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니켈 광산을 규제를 강화한 데다 최근 우천 영향으로 생산량이 24% 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니켈은 코발트·망간과 함께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다. 다른 조건이 똑같다면 니켈 함량에 비례해 에너지밀도가 높아진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80%까지 높여 한 번 충전하면 자동차가 400km를 달릴 수 있도록 하는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함량을 높인 장점으로 원가 절감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 다른 양극재 소재인 코발트 가격이 니켈보다 먼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코발트는 t당 6만7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80% 가량 올랐다. 니켈과 마찬가지로 공급 축소 때문이다.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잦은 내전으로 코발트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를 만드는 니켈·코발트와 달리 리튬은 배터리용 수요가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초 kg당 40위안 이하였던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130위안까지 상승했다. 특히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는 다섯달만에 가격이 5배 수준으로 뛰기도 했다. 국내에선 포스코가 유일하게 연산 2500t 규모의 탄산리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의 원료 값 상승이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증권업계에선 배터리 원료 가격 상승이 전기차 시장의 확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지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가 화석 연료 자동차 대비 경제성을 확보해야만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소재 가격 상승이 전기차 보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응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오른 광물로 만드는 양극재의 경우 배터리 가격에서 40%를 차지한다"며 "얼마 전부터 자동차업체와 계약할 때 광물 가격과 연동해 공급 가격을 변경하는 옵션을 넣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몇몇 광물은 수요 증가가 아닌 투기세력의 개입으로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다"고 덧붙였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분야에서 적자를 지속했지만 최근 수익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LG화학 전지 부문은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동안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2분기 흑자전환했다. 삼성SDI도 전지 부문의 수익성 강화에 힘입어 7개 분기만에 영업이익을 남겼다.
두 회사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조건인 배터리 인증을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해서다. 하지만 최근 유럽 각국의 정부들이 몇 년 안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시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품질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