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회 제출 자료 산더미…인쇄 비용 한 해 수십억
입력 2017-09-05 20:01  | 수정 2017-09-05 20:50
【 앵커멘트 】
며칠 전 해양수산부 노조가 국회 상임위에 '국정감사 자료요청 협조 공문'을 보냈다가 국회의원들한테 한소리를 들었죠.
필요한지 사전검토를 해 달라, 즉흥적인 요구는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해수부 노조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박준우·이병주 기자가 연속보도합니다.


【 기자 】
트럭에서 문서가 담긴 상자가 카트 한가득 실려나옵니다.

모두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국회가 피감기관에 요구한 자료들입니다.

▶ 인터뷰 : 배달 기사
- "안내데스크 옆에 놓을 거고요. 이거 주무관님이 와서 전달하실 거예요. 저는 배송만 하면 되니까…."

서면 질의 등 요청 자료를 묶어 책자로 만든 건데 한 권당 수백 페이지에 이릅니다.

국회 보안상 이유로 택배 기사가 아닌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출장을 신청해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하며 직접 자료를 돌려야만 합니다.


▶ 인터뷰 : 피감기관 공무원
- "저희가 요구해서 오늘까지 낸다고 했어요. 기한이 어제였는데 답변 작성이 안 되니까…."

취재진이 피감기관을 전수 조사해보니 자료 제출을 위해 지난해 사용한 인쇄비와 공무원 출장비는 모두 72억 원가량 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5억 3천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약 4억 원을 썼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든 책자를 보좌진들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의원실이 버리는 자료가 모이는 곳입니다. 이렇게 각 행정부처에서 보낸 자료집이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버려져 있습니다."

▶ 인터뷰 : 국회의원 보좌진
- "책은 전자파일보다 하루나 이틀 늦게 오는데 이미 전자파일을 보고 질의서 작성이나 국회의원에게 보고하기 때문에 서면 자료를 잘 보지 않아요."

국회법상 책자 형태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는데도, 피감기관은 전자파일과 책자를 각각 전달하는 이중 작업을 하는 셈입니다.

▶ 인터뷰(☎) : 피감기관 관계자
- "국감하고 인사청문회 때만 (인쇄)하는 거죠. 계속 그렇게 해오고 있는 거죠."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불필요한 인쇄로 매년 수십억 원의 혈세와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 외에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제출된 자료의 사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 스탠딩 : 이병주 / 기자
- "개인정보와 같은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어 파쇄처리해야 한다는 문서도, 이렇게 일반쓰레기와 뒤섞여 마구잡이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됐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자료들인데, 주민등록번호나 주소와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가족들의 정보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웬만한 책 한 권 두께입니다.

관련 법에서는 제대로 문서를 처리하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지만, 국가기관은 예외입니다.

이렇게 쉽게 버려지는 정보는 제3자의 손을 타고 악용될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유영일 / 보안 전문가
- "'이런 서류도 있구나'라는 몰랐던 서류까지도 들어 있거든요. 이 정도 자료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면 (범죄에 악용하기가) 아주 수월하겠죠."

각 의원실에서 자체적으로 문서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같은 문서라도 누구는 파쇄하고 누군가는 그냥 내다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수년 전에도 허술한 문서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적 있지만 바뀐 건 없습니다.

▶ 인터뷰 : 국회 관계자
- "국감자료였나. 예전 17대 때인가 18대 때인가 밖에 그냥 파쇄 맡겨버리고, 보안문서 많은데…."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국회, 보안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MBN뉴스 이병주입니다.

영상취재 :전범수·양현철 기자, 서철민·최태순 VJ
영상편집 :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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