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충제 달걀 독성 빼내려 닭도 `디톡스 다이어트`했지만…
입력 2017-09-05 09:45  | 수정 2017-09-12 10:08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산란계 농가에서 닭 체내에 독성을 빼내고자 '디톡스 다이어트'요법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살충제 수치만 상승하는 낭패를 봤다.
모이량을 줄여 충분한 영양이 섭취되지 않아 닭이 달걀을 낳지 못해 재검사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일부 농장에서는 달걀을 낳았지만, 살충제 수치가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디톡스(detox)는 해독의 영어표현으로 체내 축적된 독소를 빼내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 유럽발 살충제 달걀이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큰 논란이 됐던 살충제 달걀 파동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했던 농장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있다.

허가된 살충제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출하를 중단했던 전국 52개 산란계 농가 중 지난 3일 기준으로 33개의 농장이 출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닭 체내에 쌓인 살충제 성분을 빨리 배출시키겠다며 닭들에게 다이어트를 시킨 농장들은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농가들이 시도한 닭 다이어트는 닭들에게 사흘에 한 끼의 사료만 먹이면서 식이조절을 하는 극단적 방식이다. 급격한 다이어트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닭들은 정상적으로 알을 낳지 못했다. 사흘간 40개씩의 달걀이 있어야 축산 당국에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양부족으로 닭들이 알을 낳지 못해 검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닭 다이어트에 나선 농장은 11곳이다. 이들 중 살충제 성분 검사를 통과한 농장은 2곳뿐이고, 나머지 9개 농장은 여전히 닭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내 살충제 검출 산란계 농장 18곳 중 평상시처럼 사료를 준 7개 농장은 이미 적합 판정을 받아 달걀을 유통 중이다. 충남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0개 농장 중 9곳은 평소처럼 사료를 주면서 달걀을 생산, 유통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한 곳은 닭 다이어트를 시도한 농가로 충분한 달걀이 생산되지 않아 검사 요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7개 농가 중 5곳이 살충제 검사를 통과했고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2곳은 닭 다이어트 농가다.
한편, 닭 다이어트에 나섰는데도 지난달 중순 전국 전수조사 때보다는 더 많은 양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도 있다. 13만5000마리의 닭을 키우는 충북 음성의 한 산란계 농장은 지난달 중순 전수조사 때 비펜트린 0.0627㎎/㎏ 검출되자 같은 달 19일부터 닭 다이어트에 나섰다. 하루 10만개씩 생산되는 달걀을 처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룟값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해당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40개를 대상으로 살충제 성분 검사 결과, 첫 조사 때보다 더 높은 0.0879㎎/㎏이 검출됐다. 이 농장은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닭들을 다이어트를 시켰다.
또 닭 다이어트를 하다가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중에서도 달걀을 유통하지 않은 상태로 다이어트를 계속하는 곳도 있다. 하루 1번씩 3일 연속 치러진 검사를 통과, 달걀 유통을 허가받았더라도 2주일 후 다시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는 검사 때 살충제 잔류 허용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축산 전문가는 "다이어트를 시키면 닭 사육비를 절감할 수는 있겠지만, 체내에 쌓인 유해한 살충제 성분이 더 빨리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충제를 언제 뿌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살충제 성분이 소멸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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