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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고비서 만난 KIA-LG, 사정은 달라도 무게는 같을 1승
입력 2017-09-05 06:00 
KIA와 LG가 5일과 6일 잠실구장에서 중요한 2연전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지난 시즌 내내 서로를 상대하는 것을 까다로워했다. 올 시즌에는 사정이 좀 달라졌지만 묘한 공통점은 남아 있다. 양 팀 모두 서로를 상대하는 시점에 앞서 뜨겁거나 긴박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 5일과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양 팀의 이번 2연전도 그렇다. 1승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KIA와 LG가 한때나마 신흥라이벌로 꼽혔던 배경에는 지난 시즌 후반부에 생긴 임팩트 영향이 컸다. 당시 양 팀 모두 살얼음판 5강 혈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때마침 맞대결이 잦았고 이때마다 명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을야구 초입이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맞붙어 짜릿한 2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LG의 승리. 후반부 중요한 포인트에서도 대체로 LG가 우위를 점했고 이는 순위로 이어졌다.
▲ 뜨겁거나 절묘했거나
올 시즌은 현 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KIA와 LG를 라이벌 선상에 놓기 어렵다. 양 팀은 1위와 7위로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상대전적도 9승4패로 KIA가 많이 앞서고 있다. 1위인 KIA는 한국시리즈 직행여부를 신경 쓰고 있지만 7위인 LG는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비슷한 레벨서 혈투를 벌이던 때를 생각하면 양 팀의 처지가 사뭇 달라졌다.
하지만 KIA와 LG는 올 시즌 유독 시리즈의 시작에 앞서 미묘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4월말 잠실에서 열린 첫 3연전에서는 지난해 신흥라이벌구도의 연장선으로 대결 자체에 관심이 쏟아졌다.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에이스들인 양현종(KIA)-차우찬(LG)의 맞대결이 성사되기도 했으며 오지환(LG)은 상대를 혼동하게 만든 인필드플라이시 원바운드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이 때 양 팀 사령탑이 차례로 나와 주심에게 항의하는 장면도 나왔다. 결과는 LG의 2승1패 위닝시리즈.
광주에서 열린 두 번째 3연전 때는 맞대결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유는 때마침 KIA가 리그 1위, LG가 리그 2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1,2위 빅매치, 빛고을 대전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 매치 업이었다.
시리즈 전에는 LG가 우세해보였다. 일정상 선발투수 매치 업에서 차우찬-소사가 나서는 LG에 비해 KIA는 김진우-팻딘이 나와야 했기 때문. 그러나 결과는 반전 그 자체였다. LG는 잦은 병살타에 울었고 KIA는 압도적 전력에다가 예상 못한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시리즈를 스윕해버렸다. 이때를 기점으로 KIA는 선두를 질주했고 LG는 중상위권으로 떨어지게 됐다.
KIA는 웃었고 LG는 울었던 지난 5월 중순 당시 양 팀의 매치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6월 중순 광주에서 열린 세 번째 시리즈 때는 상황보다 경기내용이 화제였다. 1승1패 상황서 시리즈 마지막 3차전. LG는 선발투수 임찬규가 1회부터 흔들렸고 심지어 헤드샷으로 퇴장까지 당하는 어려운 흐름이 연출됐다. 스코어는 LG 입장에서 0-7까지 벌어졌다. 반면 KIA는 압도했다. 승부는 그렇게 KIA의 위닝시리즈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LG가 야금야금 추격하는데 성공했고 급기야 역전까지 시켰다. 이는 양석환의 스리런포와 유강남의 만루포가 결정적이었는데 LG가 장타로 리그 장타군단 KIA에 7점차 승부를 뒤집은 것 자체로 임팩트를 남겼다.
6월말 잠실에서 열린 네 번째 양 팀 시리즈는 앞서 KIA가 불타는 방망이를 자랑할 당시였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안타 타이 기록를 세웠고 팀 한 경기 최다안타(26안타)도 18년 만에 경신했다. 그 외에도 한 경기 최다득점 및 KBO리그 12번째 8타자 연속안타 기록도 써내는 등 뜨거움 그 자체였다.
한편 LG는 또 다른 의미의 뜨거움이었는데 부산 롯데 원정서 KBO리그 통산 여섯 번째 무박2일 경기를 치렀고 2연전(1경기 우천순연) 도합 10시간 43분, 이닝 소화 총 24회, 투입 투수 12명이라는 포스트시즌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다만 성적은 1무1패로 좋지 않았다. 기세가 이어졌을까. 이 시리즈에서는 KIA는 LG를 스윕했다.
KIA는 지난주 고비를 넘기며 한숨 돌렸지만 3일 최악의 역전패 내상이 크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그리고 현재…
우천순연 된 경기가 있지만 시리즈로만 봤을 때 이번 5일과 6일 잠실에서 KIA와 LG의 만남은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 일정이다. 이미 상대전적도 KIA의 우위가 확정이기에 김이 빠지는 듯한 모양새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양 팀의 절박한(?) 사정 때문이다.
우선 KIA는 고비였던 지난주를 5승1패로 마감하며 한숨 돌렸다. 2위 두산의 추격도 어느 정도 뿌리쳤고 바닥을 기던 팀 투·타전력도 반등세에 돌입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제는 충격의 역전패 경험이다. 3일 고척 넥센전서 KIA는 KBO리그 역대 최로로 9회말에 6점차를 뒤집히며 패배했다. 내상이 적지 않다. 일요일 경기라 여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참담했다. 6점차를 지켜내지 못하는 선두팀이라는 인상을 남기며 향후 일정과 유력한 가을야구에서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말았다. 근본적으로 불펜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 분명한데 3일 경기로 선발 마운드 운용도 꼬여버렸다. 충격패로 인한 선수단의 후유증도 없지 않을 터. 이러한 순간 LG를 만났다. 하위권으로 떨어진 LG지만 가끔 매서운 맛을 보였기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LG는 이제 한 경기 한 경기 결과가 5강 진출여부를 결정지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LG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KIA를 경계하는 것은 고사하고 팀이 절체절명의 고비에 직면했다. 8월초까지 살아났던 감이 급격히 식어버리며 현재는 7위로 떨어졌는데 전체적인 지표라는지 투·타 전력에서 하위권 팀에도 못 미치는 내용을 보여줄 때가 많다.
4일까지 2연패는 물론 두 경기 연속, 23이닝 연속 무득점 행진 중인 LG. 9회초에 역전 만루포를 얻어맞는가 하면 영입한 메이저리거 출신 새 외인타자가 무단 귀국하는 황당한 일까지 겪었다. 악재 속 팀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 이 때 하필 선두이자 올해 약세인 KIA를 만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어 넥센, 두산-롯데를 만나는 강행군이 예정됐다. LG에게 이제 1승과 1패는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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