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카뱅 대출액 90% 고신용자에 몰렸다
입력 2017-09-01 16:17  | 수정 2017-09-01 19:39
출범 한달 살펴보니
금융권 내 돌풍을 일으키며 출범 1개월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출이 30·40대 고신용자에게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서는 당초 인터넷은행이 서민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금융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달째인 지난달 27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계좌 개설 307만개, 여신 1조4090억원(잔액 기준), 수신 1조95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한 달간 하루 평균 10만개의 계좌가 새로 개설된 셈이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기록한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15만5000개)의 20배에 해당하는 기록을 한 달 만에 돌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 발표 내용 중 가장 먼저 눈에 뜨는 것은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이다. 신용등급별 대출 건수와 금액 측면에서 신용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신용자 대출 건수는 전체의 66.7%, 금액 기준으로는 89.3%를 차지했다. 반면 중·저신용자(4~8등급) 대출 건수와 대출금액 비중은 각각 33.3%, 10.7%에 그쳤다. 연령별 대출 비중은 30·40대가 83.5%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대출을 받은 비중도 6.25%에 달했다. 대출 상품별 고객 비중은 건수 기준으로 소액대출 중금리 상품인 비상금대출이 52.7%로 가장 높았다. 마이너스통장대출이 32.2%로 뒤를 이었고 신용대출은 15.1%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한도가 큰 마이너스통장이 49.4%, 신용대출 43.6%, 비상금 대출 6.9%로 나타났다.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은 당초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던 정부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추진하며 중금리대출 등 기존 시중은행들이 하지 않았던 틈새시장 공략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예비인가를 신청하면서 "중소상공인, 금융 소외계층, 스타트업 등 기존 은행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던 고객층을 위한 새로운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터넷은행 주고객으로 예상됐던 중·저신용자 대신 고신용자만 낮은 금리에 한도까지 높게 받아가며 대출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금융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고신용자 대출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출범 초기 미상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출 과정이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만큼 연체·미상환 가능성이 높은 중·저신용자에게는 대출 한도와 금리를 까다롭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신용자에게 빌려줄 돈으로 고신용자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카오뱅크가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우량 중·저신용자를 솎아낼 수 있을 정도의 빅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고신용자 대출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 해외송금 이용 빈도는 하루 평균 255건, 건당 2000달러 내외로 집계됐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가 47.3%를 차지했고 유로화 16.7%, 캐나다달러화 8.6%, 파운드화 6.8% 순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은행영업 시간(오전 9시~오후 4시)의 개념도 파괴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계좌 개설 시간대를 살펴보면 보면 은행 영업 외 시간에 계좌를 개설한 비중이 전체의 56.6%로 영업시간 내 비중보다 높았다.
카카오톡 캐릭터를 새긴 체크카드의 인기로 20·30대 고객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젊은 세대의 금융 생활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카카오뱅크 연령대별 계좌 개설 비중을 보면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이 카카오뱅크를 주거래은행으로 선택하면 기존 은행에도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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