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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레이 최대기업, 대우건설 인수 나선다
입력 2017-08-31 17:32  | 수정 2017-08-31 21:05
◆ 레이더M ◆
세계 굴지의 에너지업체 페트로나스가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한다. 올해 말로 예정된 대우건설 매각에 페트로나스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세계적 큰손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매각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예상 매각가는 2조원 규모다.
8월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는 현재 경영권이 포함된 KDB산업은행 보유 대우건설 지분 50.75%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페트로나스는 9월까지 대우건설의 사업구조, 재무상태, 경영실적을 실사한 후 10월께 인수·합병(M&A)전에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현지 페트로나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해왔다"면서 "내부적으로 대우건설의 적정 가치를 산정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페트로나스는 현지 은행인 메이뱅크, CIMB 등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올해 말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내고 국내외 참여 업체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내년 초 매각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페트로나스는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기업으로 연매출이 1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개발업체다. 러시아 가스프롬,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과 함께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가격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석유업계 7공주'로 꼽힌다. 페트로나스는 석유 일변도의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출 대부분이 석유 채굴·판매에 집중돼 있어 유가 관련 외부 변수에 쉽게 실적이 출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셰일가스의 증산과 전 세계적 중공업 불황으로 2008년 한때 배럴당 150달러 선에서 오가던 원유 가격이 40달러대까지 추락하자 세계 에너지업계는 현재 극심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페트로나스가 추진해온 캐나다 천연가스 사업이 최근 무산된 것도 오히려 페트로나스의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페트로나스는 지난해 말부터 캐나다 액화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회사인 '퍼시픽노스웨스트'에 270억달러(약 30조원)를 지분투자하려고 시도했으나 지난 7월 중도 포기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 양)당 12달러에서 올해 MMBtu당 3달러 내외로 4분의 1 토막 나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탓이다. 신규 투자를 보류하면서 그만큼 다른 M&A에 사용할 만한 자금 여력이 충분해진 데다 에너지 사업 비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페트로나스 외에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속속 대우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아람코도 장기 저유가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대우건설 인수를 공언한 상태다. 이미 올해 초부터 아람코는 여러 차례 비밀리에 내한해 대우건설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한 차례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던 아부다비 국영투자공사(ADIC)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건설업체 각각 한 곳도 인수 의향을 전달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잠잠한 국내에 비해 해외 업체들이 대우건설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중동·동남아 지역에서 쌓은 인지도와 원전 수주 실적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지난해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받는 기업"이라면서 "원자력 사업 신규 진출을 노리는 업체들엔 인수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주간사를 통해 10월부터 110여 개 해외 업체들을 상대로 대우건설을 설명하는 로드쇼 및 해외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동남아·중동 지역 업체들의 문의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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