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文 강조한 `공정` `정의`, 결국 학생부종합전형 개편?…교육개편 `타깃 1호`될 듯
입력 2017-08-31 15:42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하고 종합적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과 내신 등 다른 입시 제도도 함께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교육·입시체제에선 수능 뿐 아니라 이와 밀접히 연관된 다른 요소들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1 타깃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될 전망이다. 학종은 최근 대입에서 수능보다 더 큰 축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지만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등으로 불리며 공정성 시비와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도시에 거주하고 소위 명문고에 다니며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형이며 사교육 유발요인이 많아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단 지적이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종은 고교교육 내실화와 잠재력 있는 학생 선발 등의 취지로 도입됐지만 공정성 결여와 사교육 의존 심화 등 많은 왜곡된 부작용만 낳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종 준비 부담과 압박감이 극심한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추진이 당초 의도와 달리 공정 기회 박탈이란 프레임의 논란에 갇혀 사실상 좌절된 것도 결국 학종 문제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이 절대평가화되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학종전형이 확대될 것이란 염려가 컸다.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하기 전 학종부터 손을 대는게 순서인데 그간 교육부의 정책은 앞뒤가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학종에 대한 대대적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어느정도 예견됐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 문 대통령이 "교육은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며 "입시제도는 단순하고 공정하다고 국민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정의' '공정' '단순' 등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를 놓고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학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상당시간을 할애해 학종에 대한 대대적 손질 방침을 내비쳤다. 김 부총리는 "대입전형을 학교생활기록부와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종전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교육 유발요소를 찾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학종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대입 평가기준 정보를 대학과 협의해 공개하고 블라인드면접을 도입할 것"이라며 "입학사정관 회피·제척 법제화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교육 유발 요소를 대폭 개선할 것"이라고 밝혀 교사추천서와 학생부 기재 양식 개선 방침을 밝혔다. 김 부총리는 "평가 과정에서 선행학습 유발 요인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위반시 엄정히 제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학종 외에도 대입전형 단순화를 위해 논술전형은 축소하고 예·체능을 제외한 교과 특기자전형은 단계적 폐지를 유도하는 등 대입제도를 정시와 학생부로 단순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장과 소통해 장기적·종합적이고도 치밀한 교육개혁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문 대통령이 교육부에 '다양성을 훼손하는 획일적 교육은 절대 안된다'고 주문했다"며 "아무 철학도 없이 '수능 절대평가 몇 과목' 식의 근시안적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기르도록 해야 할지, 이를 위해 어떤 평가를 해야할지 등 방향에 대한 이정표를 분명히 세우고 그에 따른 로드맵을 설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에 대한 시각이 다양한 상황에서 급작스런 제도 변화는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에 추진해온 것들을 무조건 폐지하기보단 제 기능을 하게 보완해나가면서 부작용과 혼란을 줄이는 방안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정치적 논리나 특정집단 이해관계를 벗어나고 대입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큰 틀에서 고민해야할 문제"라며 "1년만에 도깨비 방망이처럼 뭔가 뚝딱 만들려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종합적 마스터플랜부터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백 처장은 "고교 교육 내실화가 우선이며 이를 도외시한 채 단편적으로 대입부터 건드려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이념에 따라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필요한 근거를 찾아가는 식은 안된다"며 "교육은 국가의 미래, 국가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근간이므로 이념과잉에서 벗어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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